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각계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폭증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자칫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p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을 통해 “0.25%p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전히 금리 수준은 완화적”이라며 “이번 조치(기준금리 인상) 하나로 금융불균형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해, 연내 한 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저희가 보는 경기 흐름 예상에 따르면 11월에는 금리인상을 해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11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는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될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달리 물가상승이 계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의지가 명확한 데다 물가상승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한은의 우려도 큰 만큼, 오는 25일 열릴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가계부채 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부채가 크게 확대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금리인상 충격이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며 “기준금리가 25bp 인상되면 고부채 국면에서는 평상시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두 배 정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KDI는 이어 “그러나 금리인상에 따른 물가상승률과 부채증가율의 하락폭은 미미하였으며, 통계적인 유의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금리인상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존재하나, 이와 동시에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음을 감안해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통위 위원 출신인 신인석 중앙대 교수 또한 지난 12일 한국경제포럼 정책세미나에서 “가계부채 증가의 안정화 수단으로서 금리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작지 않다”며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인 전세자금대출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는 물가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지난 4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지난달 28일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로 동결했으며, 일본은행 또한 같은 날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로 유지하는 대규모 금융환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주요국 중앙은행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2%나 급등했는데, 이는 지난 1990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만약 글로벌 물가상승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연준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내년말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상승 시점이 앞당겨질 확률도 있다. 실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15일(현지시간) "연준이 (일시적 물가상승론과 관련해) 신뢰를 잃고 있다"며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사람들이 금리인상에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한은은 오는 25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가계부채 증가와 물가상승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한은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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