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엔씨소프트가 기대보다 저조한 3분기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11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주가 상승의 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1일 전일 대비 18만1000원(29.92%) 오른 78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이달 들어 계속해서 매도 포지션을 유지했던 기관·외국인이 대거 매수에 나서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는데, 외국인의 경우 지난 1~10일 8거래일간 엔씨소프트 주식 1150억원을 매도했으나 11일에만 1155억원을 다시 사들였다. 

기관·외국인의 쌍끌이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날 발표된 실적은 저조했다. 실제 엔씨소프트 3분기 영업이익은 963억원(연결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78% 감소했으며, 매출(5006억원, △14.45%)과 순이익(995억원, △34.77%) 또한 큰 폭으로 줄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매출 5800억원, 영업이익 1400억원 정도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으나, ‘블레이드&소울2’의 흥행 실패, 과금형 수익구조 논란 등의 악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실적 하락에서 불구하고 엔씨소프트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미래 사업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W의 경우, 일평균 매출이 약 120억원 수준으로 출시 9일째인 오늘 누적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리니지W의 성적표가 반영되는 4분기 실적은 3분기 대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한 또 다른 요인은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관련 사업 계획이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1일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내년 중 NFT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새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NFT가 적용된 게임 출시 계획을 밝혔다. 

NFT는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으로 각각의 토큰이 모두 고유한 인식 값을 가지고 있어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이 때문에 그림, 사진, 영상, 게임 아이템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바꿔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메타버스에서 거래수단으로 쓰일 것이 기대되고 있다.

지적재산권을 보호받기 어려운 디지털 음원이나 그림, 게임 아이템 등의 소유 증명 문제를 NFT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NFT를 통한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상승세인 기업의 경우는 대부분 NFT와 관련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 영화·외식·뷰티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바른손의 경우 지난 10일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1215원(29.89%) 상승한 528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4일 계열사 바른손랩스가 NFT 미술품 마켓 플랫폼 베타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9일에는 ‘2021 NFT 부산’에서 열린 경매에서 NFT 작품이 완판됐다는 소식을 전하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종도 마찬가지다. 펄어비스 지난 10일 엔씨소프트와 마찬가지로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나 오히려 장중 신고가(12만3900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으며 11일에는 전일 대비 6900원(6.01%) 오른 12만1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10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NFT 및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NFT만 거론되면 주가가 오르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가상자산만 연관되면 주가가 올랐던 사례와 큰 차이가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NFT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관련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과 개선된 실적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NFT가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만큼 법·제도적인 문제가 이제 막 정비되기 시작하는 중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남아있다. 실제 러시아에서는 자동화된 NFT 트윗 작성 봇이 한 예술가의 그림이 포함된 트윗을 NFT 아트로 제작해 무단으로 ‘오픈시(OpenSea)’라는 NFT 경매처에 업로드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한 종합광고대행사가 이중섭, 김환기 등의 작품을 소장자와 협의를 거쳐 디지털화해 NFT 경매로 판매하려 했다가 유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취소하기도 했다. 실물자산을 NFT화하는 경우 전통적인 지적재산권 관련 법리와 부딪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이제 막 NFT 에 대한 가치가 형성되기 시작한 초기 시장이며, 가능성 있는 곳에 시장의 유동성은 크게 반응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도 “향후, 수많은 변수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이어 “하지만, NFT 기술과 이를 활용하는 산업적 시도는 계속될 것이며, 메타버스와의 접점을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엔씨소프트 주식은 12일 오후 1시 현재 전일 대비 8.52% 하락한 71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 몰아치고 있는 NFT 열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