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석유류 가격이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으로 뛰었다. (사진=뉴시스)
10월 석유류 가격이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으로 뛰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10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 6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서면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물가 상승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 요인이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 물가상승률은 일시적 요인으로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지난 4월 이후 한국은행 목표치(2.0%)를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 기준)을 기록하면서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3.2% 상승했다. 2012년 1월(3.3%) 이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정부가 연말까지 물가상승률이 2%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상승폭이 확대된 모습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며 올해 5월 이후 5% 대의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

◇유가 급등,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 등 한국·미국 물가상승률 공통점 

대신증권 이다은 연구원은 8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구조적 요인보다는 석유류, 대외활동 확대, 공공서비스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국내 물가 수준은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한미 양국 물가 상승의 공통 요인으로 석유류를 비롯한 높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대외활동 증가로 인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을 꼽았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물가상승률의 가장 큰 공통점은 높은 원자재 가격, 특히 석유류 가격 상승이 물가 오름세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8월 들어 안정세를 보이던 WTI가 9월 들어 상승폭이 재차 확대되면서 7년 만에 80달러를 넘었다. 10월 한국과 9월 미국의 CPI 상승률은 각각 3.2%, 5.4%이었는데 그 중 석유류(에너지 상품)의 기여도는 각각 1.0%포인트, 1.3%포인트를 차지했다.

자료=통계청
국내 주요부문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동월비. 자료=통계청

또 다른 공통점은 코로나 영향이 점차 축소되면서 대외활동 관련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는 것. 지난해 기저효과로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폭은 가팔라졌으나, 델타변이가 확산됨에 따라 사회활동이 둔화되면서 상승폭이 완만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1월부터 한국, 미국 모두 위드코로나 국면에 진입하면서 야외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숙박·항공 등 여행 또는 외식 관련 물가 상방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미국과 달리 국내 물가 상승에 대한 구조적 요인 영향은 제한적 

하지만 공급망 차질 영향 및 임금 상승률, 주거비 반영 등은 양국 인플레이션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의 다른 점은 우선, 공급망 차질에 따른 영향이다. 미국은 공급 병목현상 때문에 내구재 물가가 급등하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를 이끌었다면, 한국의 내구재 물가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쇼티지 영향으로 내구재 중에서도 중고차 가격이 급등함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공급망 교란으로 자동차 생산∙판매에 차질이 있으나 자동차 가격은 일정한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또, 한국과 미국은 미국 물가 상승의 구조적 리스크인 임금상승과 집값 부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구인난으로 평균 임금상승세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반면, 한국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10월까지 연장되면서 영업제한으로 노동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 임금 또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더불어 한국과 미국의 CPI는 집값을 반영하는데 있어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자가주거비(owner-occupied housing services costs) 항목을 통해 주택가격 상승세를 CPI에 반영하고 있다.

자가주거비란 자가에 거주함에 따른 기회비용으로 거주하는 주택을 임대했을때 얻을 수 있는 기대 임대료이다. 반면, 한국은 CPI에 주택 임차료(월세, 전세)만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주택가격 상승분이 월세나 전세를 통해 간접적으로 반영된다. 따라서 유동성 확대로 한국과 미국 모두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했지만, 한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과연 일시적일지 우려가 되는 부분은 주택가격, 임금 상승 등 구조적 요인들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석유류, 대외활동 확대, 공공서비스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의 물가 수준은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유가 급등이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오는 11월 12일부터 유류세 인하를 최대 20% 단행할 계획이다. 이 연구원은 “정부는 2018년에도 WTI가 70달러를 상회하면서 2018년 1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최대 15% 유류세 인하 정책을 시행하여 물가 안정에 기여한 적이 있다”면서 “2018년 당시 인하폭이 15%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20%로 확대됐다. 2018년에 비해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지속되고 있으나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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