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주요 금융지주사의 보험사 인수합병(M&A) 작업이 진행되면서 보험업계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을 떠나며 다수의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은행부문 강화가 절실한 우리금융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9일 프랑스 BNP파리바그룹과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이하 카디프손보) 지분 95%를 400억원대에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

카디프손보는 올해 상반기 기준 자산총액이 1084억원에 불과한 소형 손보사지만, 계열 손보사가 없는 신한금융으로서는 종합손보업 라이선스를 취득했다는 의미가 크다. 금융당국이 경쟁 심화를 우려해 손보업 라이선스 발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를 통해 손쉽게 손보업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보험사 매물 찾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KB금융은 지난해 2.3조원을 들여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인수했으며, 하나금융 또한 같은해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770억원에 인수했다. 신한금융도 지난 2018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올해 신한생명과 합병해 생보업계 4위 수준의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킨 바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보험사 인수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갈수록 비은행부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및 저금리로 인한 보험업계 불황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는 계열 보험사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4019억원으로 전년(3846억원) 대비 4.5% 증가했으며, KB금융이 인수한 푸르덴셜도 2556억원으로 전년 동기(111억원)보다 무려 23배나 늘어나 KB생명의 손실(181억원)을 메우고도 남았다. 하나손해보험 또한 더케이손보 시절의 적자를 털어내고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5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 "증권사 인수 우선"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는 언제쯤?

주요 금융지주사가 보험사 인수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우리금융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의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 증권·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보험사보다는 증권사 인수에 좀 더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전무(CFO)는 지난달 2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라인업이 아직 미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증권사 인수와 벤처캐피탈, 부실채권(NPL) 전문회사 설립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중형 증권사 정도는 무리 없이 인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증권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전무는 “가장 시너지가 많이 날 수 있는 것은 증권사”라면서도 “지금 증권사가 품귀 현상이라 시장에 매물이 나와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보험사의 경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외국계 보험사들은 최근 들어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최근 BNP파리바그룹이 신한금융에 카디프손보를 넘겼을뿐만 아니라, 라이나생명의 모기업 시그나그룹도 지난달 한국·홍콩·인도네시아 등 7개국 보험사업 부문을 처브그룹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또한 유력한 매물이다. 두 생보사의 최대주주인 중국의 다자보험(구 안방보험)의 최대주주 중국보험보장기금(CISF)이 다자보험 지분 98.78%를 민간에 매각할 예정이기 때문. 다자보험의 새 주인이 정해지면 두 생보사의 매각 작업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자보험의 매각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입찰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중국보험보장기금(CISF)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새 주인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한때 교보생명이 인수를 추진했던 악사(AXA) 손보, 최근 RBC비율 악화에도 불구하고 증자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위기에 빠진 MG손보 등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우리금융의 자본여력도 충분하다. 게다가 연내 내부등급법이 승인될 경우 여유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 전무는 컨퍼런스 콜에서 “내부등급법이 승인되면 자본 규모는 2조원 정도 늘어나고 위험자산 기준 20조원 정도 여유가 생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이 품귀현상인 증권사보다 매물이 많은 보험사 인수에 먼저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완전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이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보험사 매물 찾기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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