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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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마침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시장에서 공식적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업계에선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가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현물 ETF 등장에 물꼬를 터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간) 미국 ETF 전문 운용사 프로셰어즈(ProShares)의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종목코드는 비토·BITO)'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첫 거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비토는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프로셰어스 펀드는 월스트리트에 데뷔할 비트코인 선물을 추적하는 여러 ETF 중 첫 번째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의 창업자인 윙클보스 형제가 지난 2013년 업계 최초로 비트코인 ETF 상장을 시도한 지 8년 만이다. 

◇ 비트코인 ETF 거래량 10억 달러 돌파

이날 비토 ETF는 주당 40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5% 오른 채 장을 마쳤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비토는 이날 거래량이 2410만 주에 달했으며, 거래량은 10억 달러(약 1조1785억원)를 넘었다. 

비트코인은 펀드가 출시되면 암호화폐의 정당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과 더불어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는 덕분에 이달 들어 가치가 급등했다. 20일 오전 6시(한국시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6만4290달러를 기록했다. 그간 ‘실체 없는 투기적 자산’이라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의 계속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반등하고 있는 것. 

프로셰어스는 안내서에서 이 펀드가 주로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에 이 회사는 실제 코인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노출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캐나다 ETF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공동 투자 신탁의 주식도 매입할 계획이었다.

마이클 사피어 프로셰어스 최고경영자(CEO)는 19일 공식 성명을 통해 "비토는 증권계좌가 있고 주식과 ETF를 사는데 편안하지만 암호화폐와 관련해 또 다른 계좌를 여는 번거로움과 학습곡선을 겪고 싶어하지 않는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에 대한 노출을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셰어스 외에 반에크, 인베스코, 발키리, 갤럭시디지털 등 몇몇 투자사들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 출시를 신청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EC가 모든 신청을 연기할 수 있지만,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비트코인 ETF를 신청한 회사들은 그들의 제안이 거절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ETF 제안에는 75일의 SEC 심사 기간이 적용된다. 감독당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금은 거래할 수 있는 청산으로 간주된다.

발키리와 밴에크의 비트코인 선물 ETF 상품은 빠르면 이번 주에 출시될 예정이다. 다른 5개 기업이 비슷한 펀드를 상장하기 위해 SEC에 신청을 했고, 이에 대한 결정은 수개월 안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업계는 수년 전부터 비트코인 ETF 매각을 추진하며 디지털 화폐 가치 급등을 노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익률 제고와 보유 다변화를 위해 포트폴리오 중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할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트코인 ETF는 그렇게 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자료=SK증권)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6만달러를 넘어섰다. (자료=SK증권)

◇업계 "현물 투자 ETF 출시도 시간문제"

이번에 승인된 프로셰어스의 ETF는 비트코인 현물이 아닌 선물에 투자하는 ETF다. 현재 비트코인 선물은 CME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SEC 입장에서는 일반 민간거래소에 비해 감독과 규제가 편해서 투자자보호와 시장안정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SEC는 앞서 비트코인 등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거래소 거래 펀드를 승인하지 않았으며, 현재로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크리스틴 브라운 로빈후드 크립토 최고운영책임자(COO)는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의 가용성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비트코인 인식과 규제에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제도권 편입이 불가능해보였던 비트코인이 점차 제도권 편입의 기미가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같은 날 미국 자산운용사 자코비(Jacobi)의 비트코인 ETF도 유럽 지브롤터에 출시가 승인되는 등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물 계약을 사고파는 비용 등 기타 요인으로 선물 기반 ETF가 비트코인을 완벽하게 추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들은 암호화폐가 계속 상승할 경우 비트코인 선물 ETF 투자자들이 기준 이하의 실적을 떠안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SK증권 한대훈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가격에 미칠 영향은 아무래도 현물 ETF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과거 2004년 금의 현물 ETF가 상장된 이후 4~5배가 가파르게 올랐던 점을 생각해보면, 비트코인 선물ETF가 당장 가격상승을 견인한다고 확신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이어 “현재 거래소의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보유량은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이는 결국 일반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사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비트코인 현물 뿐 아니라 이더리움도 ETF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일단 선물 ETF 승인으로 제도권 편입의 역사적인 첫발을 뗀 만큼 현물 ETF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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