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IBK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이 국정감사 일정을 맞아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금융정의연대, 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는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판매를 반면교사로 삼아 온전한 피해배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다시는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을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총 914원(핀테크 695억원, 부동산 219억원)의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5월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기업은행에 불완전판매의 책임이 있다며 각각 60%, 64%의 배상비율을 적용하고, 나머지 투자손실에 대해서는 40~80% 범위에서 자율조정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기업은행은 분조위 권고를 수용했으나 피해자들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주장하며 전액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분쟁조정 대표 사례자 이모씨는 지난 7월 분조위의 조정결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채권펀드의 자율조정 합의율은 20%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은 ‘금감원 방식 자율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난해 6월 지급한 가지급액의 50%를 반환해야 한다’고 협박하듯이 피해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기업은행은 합의과정에서 고객들을 찾아다니면서 서울시경 금융범죄수사대의 수사결과에 따라 추가 지급이 가능할 것처럼 거짓 정보로 피해자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대책위와 피해자들은 현재 금감원과 기업은행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피해자들의 케이스별 피해사례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하향평준화해서 배상비율을 결정하는 것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며 “기업은행은 더 이상 형해화 된 배임이슈나 자기책임원칙을 이유로 버티지 말고 한국투자증권처럼 사적화해(100%)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월 부실 사모펀드 손실액을 100% 보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월 금감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를 처분받고 분조위의 조정결정도 수용하면서 디스커버리 사태를 마무리 지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피해자들의 사정이 다시 조명받게 되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디스커버리 피해자들이 주장해왔던 ‘꺾기’ 의혹도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재차 불거지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중소기업 관련 은행별 대출 꺾기 의심거래 현황’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건수 중 꺾기 의심거래 비율은 30.3%였다. ‘꺾기 의심거래’는 대출 실행 후 1개월 초과 2개월 이내, 2개월 초과 3개월 이내 예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한 경우로 실제 꺾기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전체 꺾기 의심거래 건수는 32만4025건, 금액은 24조1477억원으로 2위 KB국민은행(14만403건, 7조3675억원)보다 2~3배 많았다.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은 이미 '꺾기'로 인해 펀드에 가입한 사례가 있다는 증언을 한 바 있다. 지난해 대책위가 민형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디스커버리 펀드에 가입한 법인 고객 30개 중 16개는 기업은행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대책위는 “대출거래에서 우월적인 지위에 있던 은행의 요구를 매몰차게 거부하기 어려웠다”며 “법인과 중소기업 대표들의 피해가 유독 속출했던 이유”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 또한 “피해자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자본시장법 제 47조 및 49조 위반이자 유사꺾기 행위에 해당한다”며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할 국책은행이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에 눈이 멀어 기업에 손실을 가한 행위는 매우 부도덕하며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올 상반기 1조21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순항 중이었지만, 이번 국정감사로 인해 최대 실적의 이유가 ‘꺾기’ 때문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됐다. 게다가 꺾기로 인한 강제적인 펀드 가입을 주장해온 디스커버리 피해자들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어, 향후 자율조정이 순조롭게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사모펀드 설정, 판매, 운용, 사후관리 등 전 과정에서 기업은행이 주선인으로서 펀드의 사기판매 책임을 100% 인정하고 새로운 사적화해 방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하라”며 “기업은행과 대책위가 긴밀하게 협의하여 새로운 사적화해 방안을 마련하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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