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개인투자자 코스피 순매수·매도 현황. 자료=한국거래소
10월 1~8일 개인투자자 코스피 순매수·매도 현황.(단위: 십억원)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코스피가 3000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투자자별로 대응방식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는 대형 반도체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선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배터리주를 집중 매입하는 등 상반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9월까지만 해도 3100대에 머물렀던 코스피는 미국 디폴트 우려와 중국 헝다그룹 파산 위기, 인플레이션 우려,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각종 글로벌 악재로 인해 10월 들어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일(2962.17)에는 3월 24일(2996.35) 이후 처음으로 3000선 아래로 하락했으며, 12일 낮 12시 현재는 전일 대비 1.44% 하락한 2913.59를 기록 중이다.

10월 들어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동안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서로 정반대의 대응을 보였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5거래일간 총 957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조2736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동안 개인은 여전히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투자자별로 순매수 상위 종목을 비교해보면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의 대응은 더욱 뚜렷하게 엇갈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7180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825억원), SK하이닉스(1662억원) 등 반도체 대형주였다. 세 종목을 더하면 10월 개인투자자 전체 순매수 규모를 넘어선다. 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각각 7만원, 9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가 10월 들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LG화학(1010억원), SK이노베이션(677억원) 등 배터리 관련 대형주였다. 그 뒤는 현대해상(574억원), 일진머티리얼즈(554억원), 솔루스첨단소재(469억원) 등의 순이었다. 현대해상을 제외하면 개인투자자 순매도 상위 5종목 중 4개가 배터리 관련주였던 것.

 

10월 1~8일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매도 현황.(단위: 십억원) 자료=한국거래소
10월 1~8일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매도 현황.(단위: 십억원) 자료=한국거래소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개인투자자와 반대로 배터리주를 매입하고 반도체주를 매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10월 들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LG화학(737억원)과 SK이노베이션(562억원)이었으며, 일진머티리얼즈(344억원)도 외국인 10월 순매도 8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5178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887억원), SK하이닉스(1062억원) 등 반도체 대형주였다. 다만 삼성SDI(820억원)는 ‘배터리 3대장’ 중 유일하게 외국인 순매도 상위 목록에 이름이 올랐다.

최근 주가 흐름은 반도체주를 선택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12일 낮 12시 현재 LG화학은 전일 대비 3.8% 상승한 79만3000원, SK이노베이션은 3.23% 오른 25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3.22% 하락한 6만9200원, SK하이닉스는 2.13% 하락한 9만2000원을 기록 중이다.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6만 전자’가 현실화되면서 반도체주를 집중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4분기 업황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낸드(NAND)의 급격한 업황 둔화로 인해, 삼성전자의 3분기 낸드 출하량이 기존 기대치를 하회했다”며 “추가적인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 심리가 낸드에 대한 고객들의 구매 심리를 위축시키고,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중국 YMTC의 시장 진입이 낸드의 가격 하락 속도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이어 “반도체 전방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의 기간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중국과 미국의 경제 둔화 리스크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이 매출 72.5조원, 영업이익 15조원으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미 주가에 반도체 업황 악화가 반영된 만큼, 반등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예측도 나온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이미 메모리 업황의 다운사이클 진입을 선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스템 반도체 실적 개선과 폴더블 스마트폰의 수요 호조를 감안하면 이른 시점에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박유악 연구원 또한 “단기적인 주가의 기간 조정이 이어진 뒤, 올 연말부터는 디램(DRAM) 업황 개선과 파운드리(Foundry)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대감이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 전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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