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6일 3거래일간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대금.(단위: 십억원) 자료=한국거래소
10월 1일~6일 3거래일간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대금.(단위: 십억원)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국정감사에서 지난 5월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규모가 부풀려져 공개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수치를 바로잡기는 했지만 다시 불붙은 비판 여론은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공매도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난 5월 3일부터 9월 17일까지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액(시장별 상위 50개 종목)이 코스피 193조7760억원, 코스닥 39조4180억원 등 총 233조2000억원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이는 거래소가 제공한 자료에서 ‘총 매도금액’을 ‘공매도 금액’으로 잘못 해석해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코스피·코스닥 상위 50개 종목에 대한 외국인 전체 매도금액은 223.2조원, 공매도 금액은 27.4조원(총 매도금액 중 11.7%)라고 해명했다. 

거래소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매도를 성토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디폴트 우려와 중국 헝다그룹 위기 등 각종 악재로 인해 코스피가 3000 아래로 급락하면서 공매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만 1조7579억원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5월 3일부터 10월 6일까지 일평균 공매도 거래액이 4411억원임을 고려하면 평소보다 32.8% 가량 공매도 거래가 증가했다는 것. 

이 때문에 관련 기사의 댓글란은 모두 공매도를 성토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으로 가득 찼다. 한 누리꾼은 “공매도 때문에 국민들의 돈을 외국으로 퍼주고 있다”며 “공매도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공매도에 어떤 순기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공매도 옹호 때문에 코스피가 3000 밑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공매도 금지, 주가방어 효과 제한적

반면, 공매도 금지가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매도가 금지된 동안 국내 증시가 활황세를 보였지만, 실제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것.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달 발간한 ‘2020년 공매도 금지 및 2021년 부분적 해제 조치의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20년 공매도 금지조치 이후 일부 종목군을 제외하면 유동성이 위축되고 변동성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시장 전반의 안정화 조치로 공매도 금지조치가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이어 “공매도 금지조치로 가격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는 대부분 5일 이내에 소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매도 금지 또는 제한 조치는 시장 유동성 감소, 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간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투업계 또한 현재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종목으로 제한된 공매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달 30일 고승범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공매도 재개 이후 시장여건 등을 감안하면 공매도 재개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고 위원장 또한 이에 대해 “공매도 재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며 “코로나19 및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 여전히 기울어진 공매도 시장, 개인투자자 접근성 제고해야

국내 증시의 오르내림을 공매도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공매도 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다. 실제 증시 하락세가 시작된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이뤄진 공매도 거래는 대부분 외국인(1조2607억원, 71.7%)과 기관(4674억원, 26.6%)이 차지했으며, 개인투자자(298억원)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공매도 재개 이후를 통틀어 봐도 개인투자자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5월 3일부터 9월 17일까지 개인투자자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110억원으로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의 1.9%에 그쳤다. 0.8~1.2%에 그쳤던 2018~2020년에 비하면 비중이 늘어난 것이지만, 개인 비중이 20%가 넘는 일본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공매도를 부분 재개하면서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외국인·기관에 비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조건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예를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위해 대여한 주식을 60일 이내에 상환해야 하지만,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은 사실상 기한 제한이 없다. 개인투자자에게 적용되는 공매도 담보비율 또한 140%로 외국인·기관(105%)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금투업계 및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송민규 위원은 보고서에서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공매도의 불공정거래 활용 가능성에서 기인한다”며 “공매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불공정거래 관련 공매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고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내달부터 개인투자자의 상환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하고, 만기 후에도 대여 물량이 소진되지 않은 경우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실상 외국인·기관과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자에 대한 상환기간 제한을 폐지한 셈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개인 상환기간을 연장할 것이 아니라 외국인·기관의 상환기간을 개인 수준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금 규모나 정보력에서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상환기간을 늘려준다고 해서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환경이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것.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둘러싸고 다시 확산되고 있는 비판여론을 실효성있는 대안 제시로 가라앉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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