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배나무 열매.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아그배나무 열매.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코리아] 추석이 지나고 낮 밤의 온도차이가 큰 가을이 찾아왔다. 한낮에는 덥지만 새벽과 아침에는 제법 쌀쌀해서 반팔보다는 긴팔을 찾는 날씨이다. 이런 가을을 대표하는 우리나라 과일 중 하나가 바로 사과이다. 우리에게 사과는 맛도 좋고 건강에도 으뜸인 과일로 익숙하지만, 왠지 사과나무에 대해서는 낯설게 느껴진다.

사과와 더불어 배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을 과일이지만 배가 달리는 배나무와 사과나무는 분류적으로는 조금 다른 나무들이다. 오늘 소개할 아그배나무는 이름만 들어서는 배나무에 가깝게 느껴지지만 사실 알고보면 사과나무와 더 비슷한 나무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친숙함과 함께 가을을 붉게 수놓는 아그배나무에 대해서 알아보자.

아그배나무 꽃.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아그배나무 꽃.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아그배나무란 이름은 아기처럼 작은 열매가 열리는 배나무와 비슷한 나무라는 뜻의 ‘아기배나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귀여운 이름에 걸맞게 아그배나무는 콩만한 둥근 열매가 달리는 특징이 있다. 이름에는 배나무라는 이름이 있지만 열매는 붉고 매끈한 형태로 사과나무의 모양과 더 닮았다. 잎이 떨어지고 가지에 달린 붉은 열매는 푸른 가을 하늘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아그배나무는 열매 뿐만 아니라 봄에 피는 꽃도 매력적이다. 벚꽃처럼 하얀 5개의 꽃잎이 달린 아그배나무의 꽃은 여러 꽃잎이 다발로 모여 피는데 새하얀 꽃이 푸른 잎과 함께 달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아그배나무의 잎 또한 재미있는 특징이 있는데, 대부분의 아그배나무 잎은 벚나무처럼 둥근 타원형의 모양이지만 가지 끝부분에 달리는 일부 잎들이 2~5개로 갈라진다. 열매, 꽃, 잎의 모양에서 아기자기함과 아름다운 매력을 가지고 있는 아그배나무는 관상가치가 높은 우리나무 중 하나이다.

아그배나무와 야광나무 잎비교.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아그배나무와 야광나무 잎비교.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새하얀 야광나무 꽃.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새하얀 야광나무 꽃.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아그배나무와 비슷하지만 꽃과 열매가 좀더 크고, 모양이 갈라지지 않는 타원형 잎의 형태를 가진 야광나무가 있다. 야광나무도 아그배나무와 마찬가지로 붉은색에서 황색의 매끈한 열매가 가지에 다발로 달려 가을의 산을 알록달록 물들이는 매력을 가진 나무이다. 형태적으로 아그배나무와 야광나무는 매우 흡사해서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야광나무는 강원도를 비롯한 백두대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반면, 아그배나무는 경기도를 비롯한 중부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 종을 구분하는 확실한 방법은 잎의 갈라지는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다. 필자가 대학생 시절, 나무 이름을 맞추는 실습 과목이 있었는데, 야광나무와 아그배나무를 구분하기 위해 나무 전체를 훑어보면서 잎의 갈라짐 유무를 확인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야광나무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야광나무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그리고 아그배나무, 야광나무와 꽃의 모양은 비슷하지만 열매가 훨씬 크고 우람한 사과나무가 있다. 사과나무는 잎의 뒷면에 털이 많아서 앞서 소개한 나무들과 구분이 쉽다. 사과나무 역시 꽃이 한송이에 5~7개로 많이 달린다. 우리가 먹는 큼직한 사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꽃송이에서 튼실한 꽃 1개를 남기고 솎아주는 작업(적화, 摘花)을 하게 된다. 만약 꽃을 솎아주지 않고 남겨 놓는다면 양분이 분산되어 작은 사과가 달리게 된다. 사과를 재배하는 농민들의 이러한 수고가 있기에 맛 좋은 사과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과나무 꽃.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사과나무 꽃.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아그배나무, 야광나무, 사과나무는 꽃과 열매의 빛깔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관상 및 식용 가치가 높은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특히, 사과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일나무로서 중요한 생명자원이다. 다가오는 가을, 산과 공원, 그리고 과수원에서 아름다운 빛깔로 우리를 맞이해주는 아그배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소중함과 감사한 마음을 담은 관심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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