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및 대리업계 관련 단체들이 28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택시 및 대리업계 관련 단체들이 28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확장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이코리아] ‘문어발’ 사업확장 논란에 휘말린 카카오가 면피용 상생안을 제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최근 대리운전업체를 추가 인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 전반에 분노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말 자회사 CMNP를 통해 전화 대리운전업체 2곳을 추가 인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지난 7월 업계 1위 ‘1557 대리운전’의 운영사 코리아드라이브와 합작해 신규 법인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하고 지분 50%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플랫폼을 통해 ‘앱 대리’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가 비중이 큰 ‘전화 대리’ 시장까지 진출한다면 전체 대리운전 시장을 독점하게 될 위험이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공격적인 인수를 통해 사실상 대리운전 시장을 절반 이상 점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서도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은 28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에게 대리운전 시장 철수를 요구했다. 이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협상 과정 도중 대리운전 업체를 추가 인수 했다며, 업계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실제 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 5월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에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신청해 카카오·티맵모빌리티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합회와 동반위의 양해를 구하고 인수를 추진했다는 입장이지만, 연합회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동반위 또한 28일 해명자료를 내고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업체 추가 인수와 관련해 동의한 사실이 없다”며 카카오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 카카오, 대리운전 시장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일각에서는 상생안을 제시하며 골목상권 철수를 약속한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집착해 불필요한 비난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카카오는 최근 강력한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지난 14일 30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고 지주사격인 케이큐브홀딩스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카카오가 그동안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추진해온 이유는 택시 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데 반해 수익성은 보장돼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반발과 기여금 및 기본요금 등의 정부 규제가 적용되는 택시 시장과 달리, 플랫폼만 구축하면 수수료 수입이 보장되는 대리운전 시장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약 2조7672억원으로 기사 수만 16만4600명에 달한다. 이미 앱 대리 플랫폼에서 15만명의 대리운전기사를 확보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전화 대리 시장까지 확보할 경우 이를 든든한 캐시카우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카카오뱅크 등 자회사 상장으로 상당한 자금을 확보한 만큼, 카카오가 차기 상장 후보인 카카오모빌리티의 덩치를 키워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연이은 상장 이후 카카오 주가를 이끌어갈 주요 동력은 사업 규모 및 전략적 협력 관계 확장을 통해 국내 시장 선점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글로벌리 사업 영역을 넓히는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라며 “2021년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은 택시 고성장 지속, 하반기 이후 대리 수요 회복, 주차 사업 확대 등을 통해 5317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해 322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사업을 통해 올해 930억원, 내년 1134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택시의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대리운전의 성장잠재력도 큰 만큼, 대리운전 시장 장악을 통해 향후 기업공개(IPO) 절차를 더욱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 대리기사, "골목깡패 vs 전국깡패 싸움일 뿐"

대형 플랫폼와 기존 업체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대리운전 기사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지난 17일 낸 성명에서 현 상황을 “골목깡패와 전국깡패의 기묘한 대치”라고 비유했다. 

이들은 대리운전 시장을 둘러싼 갈등에서 노동환경 개선 등 본질적인 이슈가 소외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현재 업체에 20%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기사와의 상생을 위해 0~20%의 변동 수수료제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기존 업체들은 현장 기사를 포섭해 점유율을 늘리려는 수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 또한 최근 대리운전업체의 반발에 직면해 중개 수수료율을 20%로 확정했다. 대형 플랫폼 진출과 변동 수수료율 도입으로 수수료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는 일선 기사들의 기대감도 실망으로 변했다. 

물론 기사들이 카카오모빌리티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카카오의 독점적 시장 침탈이 대리업자는 물론 궁극적으로 대리기사에 대한 갑질강화, 맞춤형 수탈의 강화라는 독점적 폐해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기존 대리업계가 “사회적 보호를 받아야하는 골목상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20%가 넘는 고율의 수수료, 과도한 대리보험료와 프로그램비, 터무니없는 관리비 부과, 일방적 배차제한과 관리 통제 등이 카카오에 반발하고 있는 기존 대리업자들의 면모”라며 “카카오의 대리운전시장 진출과 갑질경쟁은 기존 업자들 스스로가 자초한 인과응보”라고 주장한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28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토위는 류 대표에게 택시·대리업계와의 갈등 해소 및 상생 방안에 대해 질문할 예정이다. 대형 플랫폼과 기존 업계의 갈등 속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목소리가 조명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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