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 애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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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애마을에서
  • 김용국(시인)
  • 승인 202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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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숲, 혼합재료, 30*24inch,2018.
김민재, 숲, 혼합재료, 30*24inch,2018.

 

새가 한 마리
빨랫줄에 앉아서

마당에 고여 있는
시간을 쪼고 있는데,

삽살개 하릴없이
두어 번 짖자
들풀들은 깜짝 놀라
수만 개의 꽃을 피우고,

그래도 
지붕 위에 올라앉은
애기 박은 
배꼽을 내놓고
잠만 잡니다.

시간까지도 멈춘 것 같은 고요에 새 한 마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당에서 아무 뜻도 없이 삽살개가 짖습니다. 일순 소리 없는 소란으로 들풀들이 꽃을 피웁니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지붕위의 애기 박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습니다. 어떤 마을의 초가을의 풍경입니다.

왜 갔었는지도 그러니 어딘지도 모르는 마을에 들었었는데, 눈을 씻어도 사람은 없고, 몇 마리의 새, 삽살개 한 마리 주변에, 가득 핀 들꽃 그리고 지붕 위의 애기 박만 있었던 마을 ― 이 시 <애마을>이 태어난 배경입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코리아 김용국(시인) kntimes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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