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
헝다그룹 창업자이자 헝다그룹 회장 쉬자인(許家印). 17일 헝다부동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출처=헝다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Evergrande)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에 글로벌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하지만 2008년 ‘리먼사태’처럼 국내외 금융위기를 촉발할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으나 단기적으로는 충격파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헝다가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 채권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헝다그룹이 성명을 통해 선전증시에서 거래된 2025년 9월 만기 위안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23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신은 해당 이자 규모가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헝다는 같은 날 지급해야 하는 2022년 3월 만기 달러화 채권의 이자인 8350만달러(약 993억원)에 대한 지급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는 29일에는 2024년 3월 만기 채권 이자인 4750만달러 지급일이 도래한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헝다가 모호한 성명을 발표하며 시장에 새로운 불안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헝다는 ‘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23일이 기한인 이자 지급이 해결됐다’고 밝혔는데 이자를 얼마나, 언제 지급할 것인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분석가들은 헝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면하기 위해 이자 지급을 늦추기로 채권자들과 합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헝다는 이미 많은 협력업체에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오는 29일 4500만달러를 비롯해 연말까지 6억6800만달러에 달하는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 내년에는 채권 원금 상환도 예정돼 있다.

헝다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는 2400억 위안으로 회사의 현금 보유액 868억위안의 약 3배에 달한다. 헝다의 총 부채는 1조 9700억위안(한화 353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막대한 부채에 유동성 위기까지 겹쳐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헝다의 운명은 중국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결론은 파산이냐 구조조정이냐다. 헝다의 도산이 중국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면 구조조정을 통해 연착륙을 시킬 것이다. 반면에 충격이 견딜 수준이라는 판단을 내리면 파산하도록 내버려둘 것이다. 

글로벌 증시 역시 이러한 중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미·유럽 증시 헝다 우려 완화로 소폭 상승... 중국 증시, 혼조세

헝다의 유동성 위기는 세계 증시를 출렁이게 했다. 미국 증시는 헝다 만기 도래 채권이자 지급발표와 중국 인민은행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 시스템 우려가 완화되면서 소폭 상승 마감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S&P 500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가 각각 1.00%, 0.95% 소폭 상승마감했다. 나스닥 100 지수도 0.99% 올랐다.

유럽 증시도 헝다그룹 디폴트 위기에 대한 공포가 다소 진정되면서 소비재와 은행주 업종 위주로 상승했다. 이에 STOXX 600 0.99%, DAX지수 1.03%, CAC40지수 1.29%, FTSE100지수 1.47% 각각 상승했다. 

중국 증시는 헝다그룹 이슈 속에서 혼조세를 보였다. 지난 22일 장초반은 약세로 시작했다가 헝다가 23일 만기 도래하는 일부 채권 이자를 지급한다고 발표하며 낙폭을 축소했다. 

또 인민은행이 유동성 안정을 위해 3거래일 연속 대규모 단기 유동성을 투입하면서 낙폭을 제한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헝다 주가는 연초이후 -83% 하락, 역외 채권 가격은 70% 가까이 할인되어 거래됐다. 하지만 헝다가 이자 납부 의사를 밝히면서 주가가 다시 급등했다. 중국헝다는 23일 전거래일 대비 15% 오른 2.61홍콩달러로 거래를 시작, 오전 10시(현지시간) 현재 2.8홍콩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헝다 리스크에 따른 국내증시 향후 전망은?

그렇다면 헝다 디폴트 위기와 관련해 국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업종 중에서는 바이오 업종이 하방 리스크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 업종은 내수 업종일 뿐 아니라, 수출의 경우도 중국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헝다그룹 관련 불확실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업종”이라면서 현 상황에서 대응하기 적합한 업종이라고 밝혔다.  

하 연구원은 “바이오 업종은 26개 업종 중 KOSPI 대비 주가 소외 현상이 가장 심하다. 시계열로 보더라도 바이오 업종의 KOSPI 상대주가는 바닥 국면에 근접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헝다그룹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주가가 이미 바닥 국면에 근접한 바이오 업종은 하방 리스크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 변동성 확대는 비중확대 기회로, 반도체·IT 가전과 코로나19 피해주, 내수·소비주에 주목해야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헝다 디폴트 리스크 확대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원화였다”면서 “원화 약세 압력 확대와 위험자산 선호심리 후퇴는 단기 수급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코스피 200일 이동평균선(3,110선) 지지력 테스트 또는 일시적인 하향이탈 가능성은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OSPI 박스권 하단에서 비중확대 전략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글로벌 소비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재고축적 수요가 유입되기 시작했고, 글로벌 유동성 측면에서도 IT, 반도체 ETF로 자금 유입이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한국 ETF로의 자금유입으로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따른 외국인 수급불안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예상이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의 상승추세를 지지하고 있는 펀더멘털 동력은 여전히 견고한 가운데 코스피는 현재 저평가 국면에 위치해 있다”면서 “코스피 단기 변동성 확대 시 연말 소비모멘텀, 재고축적 수요 등을 감안해 반도체, IT가전 등에 대한 비중확대가 유리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제 전환 기대감과 연말 소비시즌이 맞물릴 경우 수혜가 예상되는 코로나19피해주, 내수·소비주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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