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정거래위원회

구글 안드로이드 천하에는 이유가 있었다. 구글은 불공정계약을 통해 스마트기기 제조사들을 자사 운영체제(OS)에 종속시키기 위해 경쟁OS 탑재를 막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OS의 시장진입을 방해한 혐의로 구글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 원(잠정)을 부과한다고 14일 밝혔다.

구글은 삼성전자·LG전자·아마존·알리바바 등이 안드로이드 변형 OS(포크OS) 탑재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러한 불공정행위의 중심에는 파편화금지계약(AFA:Anti-fragmentation Agreement)이 있었다.

◇’파편화금지계약’으로 제조사들 안드로이드OS 종속

구글이 제시한 AFA에는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포크OS 탑재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직접 포크OS를 개발하거나, 앱 개발자들에게 포크OS용 앱 개발 도구를 배포해서도 안된다.

예외는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제조사는 AFA에 명시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구글이 승인하는 경우 ‘면제기기’로 출시할 수 있다. 다만 직접 개발한 앱만 탑재할 수 있는 탓에 앱 다양성 확보가 어려워 사실상 유명무실한 예외사항이다.

구글은 AFA를 적극 이용했고, 제조사들은 이를 거부하기 힘들었다. 구글이 앱마켓 플레이스토어(현 구글플레이) 라이선스 계약과 OS 사전접근권 계약의 전제조건으로 AFA 체결을 강제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스토어 라이센스 계약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앱 활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OS 사전접근권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기 약 6개월 전 미리 소스코드를 제공하는 계약이다. 제조사들은 OS 사전접근권을 얻지 못하면 플래그십 스마트폰·태블릿과 웨어러블, 가전 등에서 타 제조사보다 낮은 버전의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해야만 한다.

이는 구글의 양면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당초 구글은 제조사와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OS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변형도 가능한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렇게 제조사와 개발자를 자사 진영으로 끌어들여 안드로이드OS의 글로벌 점유율을 높인 뒤, 태도를 바꿔 플레이스토어 라이센스와 OS 사전접근권 계약을 연계한 AFA로 경쟁 OS 출현을 저지한 것이다.

◇삼성전자·아마존 등 글로벌 업체들 피해

구글 안드로이드와 포크OS 인터페이스. /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구글의 ‘OS 갑질’ 피해 업체로는 삼성전자·LG전자·아마존·알리바바 등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첫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1’을 2013년 출시했다. 갤릭시기어1은 발매 초기 안드로이드OS 4.2버전 기반의 포크OS가 탑재돼 있었다.

당시 구글은 삼성전자가 AFA를 위반했다고 위협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포크OS를 타이젠OS로 변경하는, 모든 스마트기기를 통틀어도 전례없는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갤럭시기어1은 애초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OS 변경 이후 더한 혹평을 받아야 했다. 삼성전자는 기어3까지 타이젠OS로 출시했고, 이후부터는 구글의 웨어OS를 탑재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초기 삼성전자가 개발한 포크OS로 갤럭시 기어1을 출시할 수 있었다면, 스마트워치 시장의 경쟁상황은 현재와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 사물인터넷(IoT)·로봇·드론산업에서도 포크OS를 활용하려 했지만, 구글은 현재까지도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2018년 포크OS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출시를 준비했다. LG전자는 해당제품에 아마존의 AI비서 알렉사를 도입하려 했다. 이에 구글은 제3자 앱을 탑재하면 AFA 위반이라며 해당 제품 출시를 불허했다.

해외 업체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제조사와 구글간 AFA로 인해 거래선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마존은 자사가 개발한 포크OS를 탑재해 줄 스마트기기 제조사를 물색한 바 있다.

아마존은 2011~2013년 태블릿PC 제조사 삼성전자·LG전자·소니·HTC·ZTE 등에 파트너 제의를 했지만, 해당 제조사들은 AFA 위반을 우려했다. 2018~2020년 스마트TV 파트너를 찾을 때도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제조사로부터 거절 의사를 들어야 했다.

알리바바는 자사 알리윤OS 생태계 확대를 위해 2011년·2012년 각각 제조사 케이터치와 에이서와 협업을 타진했다. 델도 포크OS 탑재 기기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구글은 이 과정에서도 제조사들에게 AFA를 꺼내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제조사들과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및 OS 사전접근권과 연계해 AFA 체결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한 기존 AFA도 시정명령 취지에 맞게 수정하고, 그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사례들 외에도 3개 혐의를 추가로 조사 및 심의하고 있다. ▲구글플레이 입점사들이 경쟁 앱마켓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사건 ▲자사 인앱결제 시스템 강제 사건 ▲광고 시장 관련 사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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