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해외주식 보관잔액. 자료=한국예탁결제원
국내 투자자 해외주식 보관잔액. 자료=한국예탁결제원

미국 증시를 향한 ‘서학개미’들의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 증시가 전통적으로 9월에 부진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등의 해외주식 보관잔액은 지난 3일 기준 919억9128만 달러로 지난해 말(722억1740만 달러) 대비 27.4%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 말(436억2282만 달러)에 비하면 무려 111% 가량 늘어난 수치다. 올해 8개월 동안 서학개미가 사들인 해외주식만 약 1413억 달러 규모로 2019년(217억 달러)의 7배가량 늘어났다. 

서학개미의 투자금이 폭증한 것은 미국증시의 폭발적인 상승에 기인한 것이다. 미 증시 대표지수 중 하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해 3월 2300대까지 하락했다가 3일 기준 4535.43까지 상승한 상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또한 7000대가 무너졌다가 1만5363.52까지 급등했다. 코스피 또한 상승폭은 적지 않지만 최근 박스권에 갇힌데 반해, 미 증시는 끊임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서학개미의 투자금도 대부분 미 증시로 향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전체 해외주식·채권 보관잔액 중 63.1%는 미국 증시에 투자한 것으로, 2019년 유럽 증시(62.6%)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했다. 당장 지난 8월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은 대부분 테슬라, 아마존, 모더나 등 미국 기업으로, 상위 50개 중 3개(홍콩)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미국 주식이다.

◇ 9월의 마이너스 수익률 약세, 올해는 깨질까?

문제는 서학개미들의 미국 집중현상이 심화되면서 미 증시 변동에 따른 타격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미 증시가 9월에는 약세를 보여왔다며 조정 국면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S&P500 지수는 역사적으로 9월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해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에 따르면, 1945년 이후 S&P500의 9월 평균 변동률은 -0.56%로 1년 중 가장 나쁜 성적을 보였다. 특히 대통령 선거 바로 다음 9월 성적은 -0.73%로 평균보다 더 낮았다. 올해 9월은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처음 맞는 9월이다. 

게다가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된 고용지표 또한 기대를 밑돌았다. 이날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3만5000명 증가했는데,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종합한 시장 추정치(72만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지난 1월 이후 최소치다. 

이를 델타 변이로 인해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됐다는 신호로 해석할 경우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지수는 상승했으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은 고용지표의 충격으로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다만 9월 조정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나는 지적도 나온다. CNBC에 따르면, 9월이 미 증시 최악의 달이라는 오랜 전통은 최근 들어 잘 들어맞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해 9월에는 S&P500이 3.9% 하락했으나, 2017부터 2019년까지는 모두 0.4~1.9% 상승했다. 게다가 1928년 이후 미 증시가 상반기에 13% 이상 상승한 해에는 평균 1.4%의 수익률을 보였는데, 올해 상반기 S&P500은 15% 상승했다. 

미국 투자회사 하이타워 어드바이저의 스테파니 링크 수석 투자전략가는 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9월 조정 때문에 (상승) 랠리에서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델타와 허리케인 아이다 등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성장세가 정점에 달했으며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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