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여성들이 생리불순 및 부정출혈 등 이상반응을 호소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백신 부작용일 가능성을 연구 중인 만큼, 국내에서도 인과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부정출혈(하혈)을 코로나19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여성들이 코로나19백신 접종 후 생리주기가 아닌데도 부정출혈(하혈)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백신접종부작용으로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아 답답하다”며 “사례연구를 위해서라도 백신접종 후 이상증세로 신고라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신 접종 후 생리주기나 생리양, 생리기간이 바뀌었다거나 부정출혈이 있었다는 여성 누리꾼들의 경험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 누리꾼은 “백신을 맞자마자 주기가 아닌데도 다음날 갑자기 생리가 시작됐다”며 “다음 달에도 주기가 이상했고 생리통도 이전보다 더 심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1차는 아스트라제네카, 2차는 화이자를 접종했는데, 평소 3~4일이던 생리기간이 접종 후에는 9일까지 늘어났다”고 고백했다. “백신 접종 후 처음으로 부정출혈을 경험했다”며 “다른 이상이 있을지 걱정된다”는 누리꾼도 있었다.

◇ 미국 연구진, 여성 14만명 사례 모아 연구 중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험담과는 달리, 아직 국내에서는 공식 접수된 백신 접종 후 월경 이상반응 사례가 많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일 현재 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접수된 월경 이상반응 관련 코로나19 부작용 신고는 총 18건이다. 

반면 영국에서는 지난달 18일 기준 3만2455건의 백신 접종 후 월경 이상반응이 보고된 바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월경이상 현상이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 인과성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또한 현재 승인된 백신 3종(화이자, 모더나, 얀센)과 접종 후 여성들에게 발생한 월경 이상반응 사이에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월경 이상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영양·약물·면역상태 등의 변수를 통제한 후에야 백신과 월경 이상반응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접종 후 월경 이상반응이 다수 보고되면서 미국에서는 최근 들어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인류학과 케이트 클랜시 교수와 워싱턴대 의과대학 캐서린 리 교수는 백신 접종 후 월경 이상반응을 보고한 여성 14만명의 사례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클랜시 교수는 백신 접종 후 월경 이상반응을 경험한 뒤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수많은 여성들이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연구를 시작했다. 함께 연구를 진행 중인 리 교수 또한 자궁 내 피임시술(IUD)을 받았음에도 부정출혈을 경험했다. 

리 교수는 지난달 9일 미국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월경 주기의 변화는 몇 주기 정도의 단기간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출혈의 경우 장기가역적 피임법(LARC) 사용자, 성 호르몬 투약자, 완경 여성 등으로부터도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두 연구자는 자신들이 ‘백신 지지자’라고 밝히며, 월경 이상반응과 관련된 소문이 확산될 경우 오히려 백신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연구를 통해 백신과 월경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월경 이상반응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의료진으로부터 무시받고 있다”며 여성들은 당연히 자기 몸에 발생한 이상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에 힘입어 미국 보건당국도 백신과 월경 이상반응 간의 인과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NPR을 통해 “백신이 월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백신안전성 데이터링크’의 보고서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아동보건·인간발달연구소(NICHD) 또한 지난 5월 백신과 월경 이상반응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며 연구비 지원 신청을 접수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관련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지만,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면서 보건당국도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추진단에서는 월경이상과 관련된 국외 문헌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또한 국내에서 발생하는 월경 이상반응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만약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예기치 않은 질 출혈이 있거나 장기간 지속된다면 반드시 의료진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백신 접종 후 월경 이상반응을 신고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타항목’으로 신고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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