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림] 어머니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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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그림] 어머니의 가을
  • 김용국(시인)
  • 승인 2021.09.24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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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자소상_젊은 날의 시간들-(테라코타) 40*40*30cm.
유성이. 자소상_젊은 날의 시간들-(테라코타) 40*40*30cm.

 

아무 기쁨도 없이 가을이 오고
어머니는 구르는 낙과를 주워 모으신다.

치마폭에 수북이 쌓인 낙과를
햇볕에 펼쳐 널지만
바람이 불면 부서지는 쭉정이들이다.

아주 한때 저 단풍처럼 찬란했던
세월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가만히 있어도
이파리들처럼 떨어져 사라진다.

어머니의 몸에서는 주름진 거죽만 남고
무엇이든 증발해 빠져나간다.
기쁨도 없는 것처럼 슬픔도 없이
어머니의 가을은 시든다.

틀니의 식사를 끝내시고는
홀로 밖에 나가시는 어머니
바람 차가운 가을을
당신의 그림자만 데리고 걸어가신다.

부모가 자식에게 한 것의 백의 하나 천의 하나라도 한 자식이 있을까요. 어머님에게 살아생전에 뭔가 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그냥 생색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몇 해를 요양원에서 지내셨습니다. 어머니가 요양원 생활이 불편하다고 투정을 부리시면 ‘어머니보다도 못하신 분들도 많으니 복이 이만큼만 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해가 지날수록 나는 한없이 부끄럽고 슬펐습니다. 어머니가 불편하시다고 한 이유는 요양원 생활 때문이 아니라 자식에게 따뜻한 보살핌, 살가운 친절, 정다운 언사를 받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안아주고 좀 더 만져 주고 좀 더 자주 찾아뵙고 좀 더 따스한 말을 해드릴 걸 하는 후회가 엄습합니다. 시쳇말로 돈도 들지 않는 이런 일을 왜 하지 못했을까 하는 회한이 엄습합니다. 그러니 어머니는 몇 자식들을 두었어도 항상 혼자의 외로움에 치를 떨었을지도 모릅니다.

‘틀니의 식사를 끝내시고는 / 홀로 밖에 나가시는 어머니 / 바람 차가운 가을을 / 당신의 그림자만 데리고 걸어가신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코리아 김용국(시인) kntimes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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