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림] 바람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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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그림] 바람에 대해서
  • 김용국(시인)
  • 승인 2021.09.17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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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마주보기. 혼합재료. 70*50cm.
이은주. 마주보기. 혼합재료. 70*50cm.

 

샛바람 하늬바람이 뭐냐고 묻는 동안
동풍과 서풍은 불었습니다.
마파람 된바람이 뭐냐고 묻는 동안도
남풍과 북풍은 불었습니다.

뜻은 몰라도 바람은
실바람 남실바람 흔들바람 싹쓸바람으로 붑니다.

‘나뭇잎이 흔들릴 때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있다’는 걸 알 뿐입니다.*

모두가 보지는 못했어도
모두가 있다는 것은 압니다.

지금도 
저 들판에 저 산에 저 하늘에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불지 않은 곳은 없으니
켜켜이 어두운 우리의 가슴에도 
바람이 불겠지요.

당신의 가슴에 
바람이 불지 않았다고 하지만
누가 알겠어요. 
바람이 이미 갔는지, 지금 오고 있는지?

바람은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나 로제티(Christina Rossetti, 1830~ 1894. 영국 여류시인)의 시‘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 Who Has Seen the Wind?’에서 일부 차용함

지인들 몇 분과 함께 나들이했는데 그 중의 한 분이 ‘샛바람, 하늬바람’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그것은 뱃사람들이 쓰는 특수어로 ‘동풍, 서풍’을 의미한다고 누가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뜬금없이 그분은 자신은 ‘한 번도 바람을 피운 적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바람은 ‘기압의 변화 따위에서 비롯하는 공기의 흐름’과 ‘다른 이성에게 정신이 팔려 놀아남’을 뜻하는 중의적 의미를 지닙니다. 물론 다른 뜻도 많이 가지고 있지요.

자연의 바람도 그렇지만 ‘마음의 바람’도 보이지 않고 느낄 뿐이지요. 그 느낌은 너무나 은밀해서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고 왔다가 가기도 합니다. 정말 우리는 단 한 번도 바람을 피운 적이 없을까요. ‘다른 이성에게 정신이 팔려’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나요. 오늘도 산과 들에 바람이 오고 가는 것처럼 우리의 가슴에도 바람이 오고 갈 수도 있겠지요.

‘바람은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바람은 보이질 않으니 바람이 왔을 때를 모를 수 있겠지요.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코리아 김용국(시인) kntimes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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