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30일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 사진=중국 국가신문출판서 웹사이트

중국에서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중국 게임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30일 “모든 게임사가 청소년들에게 금·토·일요일과 법정공휴일 각각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국가신문출판서는 중국에서 게임 규제 및 판호 발급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또한 중국 내에서는 본인인증을 거친 실명 이용자만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미성년자 보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게임사가 있어, 감독 책임을 보다 강화한다는 취지다.

국가신문출판서는 “온라인게임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성년자들이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학습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는 학부모들의 요구도 있었다”고 규제 강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 산하 언론이 게임을 아편에 비유하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조의 사설을 보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된 것이다. 중국 국영 경제전문지 경제참고보는 지난 3일 “학생들이 텐센트 모바일게임 왕자영요를 하루 8시간씩 한다”며 “게임 심사, 운영, 홍보 등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진=텐센트 웹사이트

중국의 미성년자 게임 이용 제한 강화에 국내 게임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앞서 경제참고보 보도 직후 위메이드·크래프톤·넥슨·웹젠·엠게임 등 중국 의존도가 높거나 진출을 앞둔 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이번에도 투자심리가 얼어 붙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1일 낮 12시 기준 엠게임과 크래프톤 주가가 각각  4.43%, 3.52% 내린 상황이다. 단, 위메이드의 경우 전날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 무상증자 결정 발표가 호재로 작용해 21.12% 상승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국내 게임업체들은 중국의 규제 강화에 당장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게임시장에서 미성년자 매출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텐센트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 기준 미성년자 비중은 6%에 그친다. 

문제는 중국 게임시장의 불확실성을 재차 확인했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확실하게 보였다는 점에 미뤄, 규제 대상이 향후 성인까지 확대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이번 이슈는 중국 정부의 자국 IT기업 ‘군기 잡기’와 ‘학부모 민심 잡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최근 글로벌 영향력을 넓히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IT기업을 규제하고 장기집권의 토대를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일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자살행위처럼 보이지만 시진핑 주석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 중국 정부가 IT산업보다는 제조업이 국가 경제의 중심이 되길 원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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