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0.5%에서 0.75%로 0.25%p 인상됐다. 유동성 장세의 끝이 보인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할 것을 결정했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과 5월 두 차례 인하를 단행해 1.25%에서 0.5%로 0.75%p나 금리를 낮춘 바 있다. 

이번 인상 결정은 한국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확신과 함께, 과도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불균형 악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증권가, "한은,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할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0.25%p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전히 금리 수준은 완화적”이라며 “이번 조치(기준금리 인상) 하나로 금융불균형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11월 열릴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이 결정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금통위의 전반적 기조를 고려할 때 다음 회의에서 추가 인상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매우 가까운 시일(10월 회의) 내에 추가적인 행동이 있을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는 없었지만, 금통위는 금리인상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점을 시사했다”며 ▲코로나19의 내수 영향 완화 ▲거시경제 위험 완화 ▲금융불균형 위험 지속으로 인한 정책 기조 추가 조정 필요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4분기 테이퍼링 발표 등 추가 인상의 전제조건들이 4분기에는 충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이주열 총재가 간담회에서 ‘서두르지도 않겠지만 지체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던 점을 고려하면 10월보다는 11월 중 경제 전망 보고서 발표와 함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10월에는 금리 인상에 대한 효과를 점검할 것으로 보며, 미국의 테이퍼링 진행 경로 또한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을 점검 후 11월에 추가 인상 단행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 금리인상 사이클, 유동성 장세 멈출까?

만약 한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결정한다면, 그동안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이끌었던 주식시장의 성장세를 둔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금리인상이 발표된 2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58% 하락한 3128.53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금리인상이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금통위 금리인상 발표 이후 외국인 현·선물 매도물량 출회가 확대되며 하락 전환했다”면서도 “금리 인상 이슈가 이미 시장 내에 소화되었다는 평가에 하방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 내다봤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 또한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화와 코스피 주가경로는 대체로 동행했다. 통상,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이익이 증가하는 호시절에 기준금리 인상이 뒤따랐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매크로의 순환적 회복과 국내기업 실적 펀더멘탈 선순환 기대가 유효한 이상, 이번 한은 금리인상이 국내증시의 즉각적 경로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다만 종목에 따라 금리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현재, 개인·가계측 신용융자거래 이자비용 부담액은 사상 최고치인 1.8조원 수준”이라며 “신용거래 상위 종목군에 대한 각별한 사주경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게 될 은행주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상승한 것은 향후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은행들의 예대금리차와 NIM (순이자마진)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일 것”이라며 “은행주의 투자심리뿐 아니라 이자부문의 수익성에도 긍정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가계 대출성장률은 다소 둔화될 수 있어도,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며 “대부분 은행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 연구원은 “금통위가 경제 성장보다 가계부채를 더 중시하면서, 향후 경제 성장 기대감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