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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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대장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2일 낮 12시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4% 하락한 7만7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일 8만원대를 회복한지 7거래일만에 7만전자로 내려앉는 등 좀처럼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5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한 SK하이닉스는 오늘도 4.27% 하락한 10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러시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1일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1조492억원, SK하이닉스 주식은 6737억원 순매도했다. 이날 하루 동안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무려 15조원 이상 감소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는 두 반도체주가 부진한 것은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사무실과 학교 등으로 일상 복귀가 재개되면서 노트북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올해 4분기 PC용 D램의 가격이 전분기 대비 최대 5%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물 가격 또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3분기 고정거래가격의 상승과 현물가격의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며 일부 주력 D램 제품의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을 하회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8GB 모듈 고정거래가격은 35달러 수준인데 반해 현물가격은 30달러까지 하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이어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상황의 발생은 단기 내 고정거래가격의 하락과 반도체 업황 및 업체 실적의 둔화를 암시하는 시그널로 작용한 경우가 자주 있었다”며 “향후 현물가격의 낙폭 확대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강화됐던 제조사의 협상력도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수요자 측인 PC 제조업체 등이 공급부족에 대비해 재고 물량을 상당 수준 확보하면서, D램 가격은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송 연구원은 “현물시장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모듈업체들의 평균 재고는 올해 연초 6주 수준에서 빠르게 상승해 현재는 12주 수준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이어 “일부 모듈업체는 이미 현물시장 내 D램 구매량보다 판매량이 많은 상황”이라며 “만약 향후 현물가격의 본격 하락을 예상하고 모듈업체들이 경쟁적으로 D램 판매에 나서게 될 경우 현물가격의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D램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다보니 투자기관에서도 국내 반도체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추세다. 모건스탠리는 11일(현지시간) “겨울이 온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최고점에 다다르면서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 SK하이닉스는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하향했다. 

다만 반도체주 하락세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1주 미만으로 거의 없는 데다가 생산 병목현상(Bottleneck)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 급락’ 또는 ‘다운 사이클(Down cycle)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올해 4분기~내년 2분기 모멘텀 둔화 과정을 거쳐 늦어도 내년 3분기부터 재차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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