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넘어서' 회원이 10일 KB손해보험 본사 앞에서 신규 석탄발전소 보험 인수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석탄을넘어서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 회원이 10일 KB손해보험 본사 앞에서 신규 석탄발전소 보험 인수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석탄을 넘어서

기후위기 대응이 전지구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금융권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 관련 사업에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석탄금융’에서 큰 비중을 담당하는 보험업계는 여전히 뚜렷한 기준을 세우지 못한 채 석탄발전과의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 10일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MG손해보험 본사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열고, 3개사에 대해 신규 석탄발전소 보험 인수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 6월 7일 국내 11개 손보사에게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 및 운영 관련 보험을 인수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전달한 바 있다. 

이 단체가 손보업계에 석탄발전 보험 인수를 중단하라고 요청한 이유는, 석탄금융에서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발간한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금융기관이 제공한 전체 석탄금융의 3분의 1 가량이 보험의 형태로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석탄 관련 보험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세운 보험사는 아직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석탄을넘어서’의 요청에 손보사 일부가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6월 22일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 4곳(DB손해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한화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은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관한 일체의 보험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2곳도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11개 손보사 중 약 4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6곳이 ‘탈석탄’ 보험을 선언했다. 

 

사진=석탄을 넘어서 홈페이지 갈무리
손해보험사별 신규 석탄발전소 보험 인수에 대한 입장. 사진=석탄을 넘어서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MG손해보험 등 3곳은 아직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실에 따르면, 3개사가 한국전력 자회사 소유 석탄발전소에 제공하고 있는 보험 규모는 KB손보 6조8277억원, 메리츠화재 4조7713억원, MG손보 2260억원으로 약 12조원에 달한다.

앞으로도 신규 석탄발전소 보험을 인수하겠다고 답변한 보험사도 있다. 삼성화재와 NH농협손해보험은 ‘석탄을넘어서’에 석탄발전소 건설보험은 중단하겠지만, 운영에 대한 보험은 인수하겠다는 답변을 전달했다. 

배여진 기후솔루션 캠페이너는 “탄소중립 사회에들어서면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이 재무적으로나 환경적인 타당성을 잃었기 때문에 있지도 않을 건설보험 인수 중단을 선언하는 것보다 운영보험을 중단하는 것이 더 기후대응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다예 녹색연합 활동가 또한 “신규 석탄발전소에 보험을 제공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탈석탄 흐름에 벗어날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보험사가 내다보는 미래에 기후위기가 포함되어 있다면, 보험중단을 약속하는 탈석탄 선언은 가능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이날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미 제공 중인 보험을 중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신규 보험 인수 중단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KB손해보험으로부터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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