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어나무 잎과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서어나무 잎과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위를 피해 사람들이 찾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의 시원한 바람과 푸른 바닷물은 여름의 더위를 잊게 만들어 준다.

최근 여름에 떠나는 휴가와 더불어 건강에 관한 관심 증가로 일명 ‘몸짱’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디빌더처럼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꾸준한 노력을 통해 관리된 구릿빛 근육질의 몸매는 남녀노소를 떠나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다. 우리나무 중에도 이렇게 근육질의 몸매를 뽐내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서어나무이다. 

서어나무의 근육질의 나무기둥.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서어나무의 근육질의 나무기둥.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서어나무는 ‘서목(西木)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으며 ‘서나무’라고도 불린다. 나무의 몸이라고 할 수 있는 나무기둥이 매끈하면서도 울퉁불퉁 성난 근육질의 모양을 하고 있다. 매우 독특한 나무기둥의 특징 때문에 우리나라 전국 산림의 계곡 근처에서 주로 만날 수 있는 서어나무는 멀리서 보더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서어나무의 또 다른 매력은 이 나무가 자라는 곳의 숲의 나이를 말해주는 기준나무라는 점이다. 서어나무가 있는 곳은 비교적 숲의 나이가 많고 생태적으로 안정된 곳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근거는 서어나무의 생태적인 특성에서 비롯된다.

서어나무는 햇빛이 적은 조건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수(陰樹)이다. 숲에 자라는 식물 군락이 환경에 따라 변해가는 과정을 천이(遷移)라고 하는데, 보통 숲이 생성되는 초기단계에서는 상층을 구성하는 나무들이 거의 없어 햇빛이 충분한 조건에서 살아남는 나무들(양수, 陽樹)이 주로 나타난다.

우리나무 중 대표적인 양수는 소나무가 있는데, 소나무와 같은 양수는 토양의 양분과 수분이 적은 척박한 환경에서 다른 나무들보다 생장이 우수한 특징이 있어 초기 숲을 이루는데 유리하다.

숲이 성장하면 토양에는 낙엽이 쌓이면서 영양분이 많아지지만, 상층에 있는 나무들이 햇빛을 차단하여 숲바닥에 들어오는 햇빛의 양은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상층을 구성하는 양수들은 나무 씨앗이 숲에 떨어지더라도 발아하지 못하거나, 씨앗이 발아한다 해도 어린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지 못하게 되면서 점차 사라진다.

이 시기에는 적은 양의 햇빛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음수들이 경쟁력을 가지게 되면서 점차 숲을 구성하는 나무들이 음수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서어나무와 같은 음수가 나타나는 숲은 천이단계에서 더이상 크게 변하지 않는 안정된 상태인 극상림(極相林)의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다.

서어나무 열매조각(왼쪽) 및 개서어나무 열매조각(오른쪽) 비교.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서어나무 열매조각(왼쪽) 및 개서어나무 열매조각(오른쪽) 비교.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서어나무와 마찬가지로 근육질의 나무기둥을 가지고 있는 개서어나무가 있다. 개서어나무는 서어나무와 유사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언뜻 보면 서어나무와 외형적으로 매우 비슷해서 구분이 쉽지 않다. 형태적으로 두 나무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열매의 모양이다.

서어나무는 기왓장을 포개어 놓은 모양의 원통형의 긴 열매를 가지고 있는데 기왓장 같은 열매 조각 하나를 보면 보자기처럼 둘러싸고 있는 포조각의 모양이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펼친 모양의 손바닥을 닮았다. 반면 개서어나무는 엄지를 접고 새끼손가락만 핀 모양을 갖고 있어 차이가 있다. 또 다른 차이로는 두 나무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서어나무는 강원도를 포함해 전국에서 만날 수 있지만, 개서어나무는 제주도를 포함하여 경상도와 전라도 등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다.

까치박달 잎과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까치박달 잎과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서어나무, 개서어나무와 유사한 나무로 까치박달이 있다. 까치박달이라는 이름은 목재가 단단한 박달나무와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까치박달은 서어나무, 개서어나무와는 다르게 나무기둥이 근육질처럼 울퉁불퉁하지 않고 표면에 마름모꼴의 껍질눈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다리미로 와이셔츠에 칼주름을 만들어 놓은 듯 빽빽하게 발달한 정교한 엽맥이 특징이다. 열매도 서어나무와 같이 원통형의 예쁜 모양인데, 포조각은 둥글고 밋밋한 모양으로 서어나무, 개서어나무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특히 까치박달 열매는 예쁜 모양과는 다르게 만질 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 열매조각 밑 부분에 있는 바늘 같은 털이다. 필자가 과학원에 입사해서 근무를 시작한 초반에 강원도 태백산에서 연구를 위해 까치박달 나무에서 종자를 수집한 적이 있었다. 가을철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열매를 보고 맨손으로 채집하는 그 순간 손에 느껴지는 따끔한 감촉이 예사롭지 않았다. 바로 바늘 같은 털이 손에 박힌 것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데다가 매우 작아서 손에 박힌 가시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있다.

까치박달 나무껍질.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까치박달 나무껍질.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까치박달 열매조각 밑부분에 있는 가시모양의 털.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까치박달 열매조각 밑부분에 있는 가시모양의 털.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서어나무, 개서어나무, 까치박달은 모두 우리나라의 숲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독특한 근육질의 나무기둥으로 또한, 기왓장을 포갠 듯한 매력적인 열매를 가진 우리나라의 중요한 생명자원이다. 무더운 여름, 숲 속에서 우람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주는 서어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움과 정성어린 관심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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