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故 성용운 형께

 

김민재, 책 읽는 남자, 20*25cm, 고무판화.
김민재, 책 읽는 남자, 20*25cm, 고무판화.

 

자네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그 길 얼마나 힘들고 복잡한지

 만차, 만차 써놓은 두 개의 주차장을 지나
 간신히 차를 세웠다네.

주차만 하면 끝난 게 아니었다네.
자네가 있는 곳을 물으면 안내원은 손들어 
병원 한구석을 가리켰지만
나는 몇 번을 더 물어 
자네가 있는 곳에 당도했다네.

그 병원 그날따라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온 세상 사람들 일시에 병을 얻어 
이 병원으로 몰려온 것 같았다네.

자네를 찾아왔는데 
자네와 눈 닮은, 코 닮은, 목소리 닮은, 식솔들만 있고, 
자네는 어디에도 없었다네.
자네의 웃는 사진만 흰 국화꽃 장식 안에 있었다네.

엊그제도 자네와 목소리를 주고받았는데
저 국화 향이 그리 좋은지 손도 내밀지 않고 
'김 형'이라고 나를 부르지도 않고 어디 숨어있는가.

내가 힘들여 예까지 왔는데 
자네는 편하게 장난만 할 터인가. 
애들처럼 숨바꼭질 놀이 그만하고
이제 얼굴도 보여주고 
우리는 갑장이야 하며
정다운 손도 내밀어 주게나.

성 형! 

나는 고故 성용운 형과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네에 있는 동호회에서 몇 달 만나고 그가 동호회를 고만두고 나서는 두어 번 식사를 했지요. 

그가 갑자기 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몇 날이나 몇 주 입원을 하고 퇴원할 줄 알았습니다. 얼마 전 내가 그에게 전화했는데 받질 않아서 많이 바쁜가 했는데 그 후로 며칠이 지나 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아직도 병원에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병이냐고 묻기도 그러했지요. 

성 형과 전화를 통화한 지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그의 부고가 왔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전까지 살아있던 사람이 이렇게 죽은 것입니다. 잠시 내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나와 나이도 같은데 갑작스레 죽으니 망연자실했습니다. 아직도 성 형의 죽음이 죽음 같지가 않습니다. 전화를 걸면 그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습니다. 

‘내가 힘들여 예까지 왔는데 / 자네는 편하게 장난만 할 터인가. / 애들처럼 숨바꼭질 놀이 그만하고 / 이제 얼굴도 보여주고 / 우리는 갑장이야 하며 / 정다운 손도 내밀어 주게나. // 성 형!’ 

고 성용운 형의 명복을 빕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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