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터넷 속도 논란과 관련해 당국으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당국은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통신사들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관리 부실’ KT, 최저보장속도 상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KT, SK브로드밴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재판매), LG유플러스 등 통신4사를 대상으로 한 초고속인테넷 실태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IT기기 전문 유튜브 크리에이터 잇섭(ITSub)이 KT 인터넷 상품 ‘10GiGA 인터넷 최대 10G’의 낮은 속도 문제를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잇섭은 지난 4월 최대 속도 10Gbps 상품에 가입했지만, 직접 측정 결과 100분의 1 수준인 100Mbps에 그쳤다고 폭로한 바 있다.

bps(bits per second)란 초당 bit 수를 의미하며, 1Byte를 8bit로 환산한다. 즉, 100Mbps 속도로는 초당 12.5MB, 10Gbps는 초당 1250MB를 다운로드하거나 업로드할 수 있다. FHD(1080p) 영화 1편이 대체로 5GB 안팎인 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잇섭이 언급한 KT 상품은 월 11만 원, 3년 약정 시 8만8000원에 달하는 고가 상품이다. 일반 상품보다 100배 빨라 용량이 크고 시간이 긴 동영상을 수시로 올리거나 내려받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이 주요 고객이다.

당국 실태조사 결과 잇섭과 동일한 사례는 총 24명(35회선)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당국은 KT의 관리 부실로 발생한 사태로 보고 과징금 3억800만 원을 부과했다.

당국은 잇섭처럼 직접 속도를 측정하지 않더라도 통신사가 매일 모니터링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초고속인터넷 상품에서 보장하는 최저속도도 기존보다 대폭 상향키로 했다. 이에 따라 통신 4사는 늦어도 오는 9월 중에 최대 10Gbps 상품 최저보장속도를 3Gbps에서 5Gbps로 늘릴 방침이다.

당국은 각 통신사가 ‘인터넷 속도 관련 보상센터(가칭)’을 연말까지 운영하면서 가입자 보상을 지원하도록 시정명령했다. 또한 가입자가 속도를 직접 측정할 수 있는 방법도 홈페이지 배너에서 안내하도록 해 접근성을 높인다.

◇’초고속’ 못누린 가입자 수, KT 최다

방통위는 인터넷 속도를 측정하지 않거나, 최저보장 속도에 미달됨에도 개통 처리한 사례에도 제재를 가했다. 

방통위 조사 결과 해당 사례는 통신4사 모두 있었지만, KT 가입자들 사이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다. KT 500Mbps 이상 초고속인터넷 상품 가입자들 중 11.5%는 개통 시 속도 측정을 받지 못했거나 최저보장속도에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KT에 과징금 1억9200만 원 및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비율이 낮았던 SK브로드밴드(0.1%), SK텔레콤(0.2%), LG유플러스(1.1%)에 대해서는 시정명령만 내렸다.

참여연대, KT새노조 등은 지난 5월 “KT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인프라가 조성돼있지 않은 곳에 무리하게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판매했다”며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도입해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터넷 설치 기사들에 대한 실적 압박이 품질 저하를 초래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KT새노조 “강제준공 등 근본 문제는 해소 안돼”

KT새노조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과 동일한 사례가 재현될 것이라는 입장을 21일 발표했다.

KT새노조는 “과징금 처분과 제도개선은 다행이나, 이런 행위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강제준공’이나 ‘허수경영’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결국 하청업체와 현장 노동자들에게 책임이 전가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국의 제도개선 방안 외에도 KT 이사회의 자구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노사 협의체 구성 ▲강제준공·허수경영 발생 시 광역본부 최고책임자 엄벌 ▲KTS 등 자회사에 책임 전가 금지 ▲정상적인 프로세스와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등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KT는 이번 당국 제재와 관련해 “초고속인터넷 실태점검 결과를 수용하며, 10GiGA 및 GiGA 인터넷 품질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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