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생명
사진=삼성생명

즉시연금 사태의 발단인 삼성생명이 1심에서 패소하면서, 생명보험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이관용 부장판사)는 강모씨 등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하고, 삼성생명이 이들에게 5억9천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한꺼번에 목돈을 맡기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얻은 수익금으로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이번 소송을 제기한 57명은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들이다.

삼성생명은 만기환급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일부를 공제하고 연금 월액을 지급했다. 하지만 가입자들은 약관에 이러한 공제 내용이 명시돼있지 않다며 공제한 부분을 보험사가 환급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 생보사, 즉시연금 줄패소... 농협생명과 다른 점은?

삼성생명의 패소는 이전부터 예견됐던 결과다. 다른 생보사들이 이미 즉시연금 소송전에서 연이어 패소했기 때문.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생명이 시작으로 올해 1월 동양생명, 6월 교보생명이 연이어 즉시연금 1심에서 패소했다. 지금까지 즉시연금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는 지난해 9월 NH농협생명이 유일하다. 

농협생명과 다른 생보사의 즉시연금 소송 결과를 가른 것은 ‘약관’이다. 농협생명의 즉시연금 약관에는 “가입 후 5년간 연금 월액을 적게 해 5년 이후 연금 계약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재판부는 농협생명이 이 문장을 통해 보험료 일부를 공제해 만기환급금 재원을 마련한다는 사실을 명시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즉시연금 소송전에 휘말린 다른 생보사들은 약관에 이처럼 명확하게 공제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 약관에 단 한 줄의 문장이 적혔는지 여부가 농협생명과 삼성생명 등 다른 생보사의 소송 결과를 가른 셈이다. 실제 21일 재판부는 삼성생명이 “원고들에게 일부 금액을 떼어놓는다는 점을 특정해서 설명하고 명시해야 설명·명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내용이 약관에도 없고 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한화생명과 KB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약관이 삼성생명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소송이 제기된 후 기존 상품 약관을 수정해 농협생명과 비슷한 내용을 추가했으며, KB생명은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아직 두 생보사의 1심 선고일이 확정지는 않았지만, 약관이 유사한 삼성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이 줄패소한 점을 고려할 때 승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 삼성생명 주가, 즉시연금 패소 영향은?

증권가에서는 이번 패소가 삼성생명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은 1심 선고일 이후 주가가 일정 기간 하락한 바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1심 선고일인 지난해 11월 10일 4070원이었던 주가가 18일 3865원으로 약 5% 가량 하락했으며, 약 한 달이 지난 12월 15일에야 4000원대를 회복했다. 동양생명 또한 1심 선고일인 올해 1월 19일 4065원이던 주가가 29일 3665원까지 10% 가량 하락한 뒤, 2월 4일 다시 4000원대를 회복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22일 낮 12시 현재 전일 대비 2.12% 오른 7만7200원에 거래되며 패소의 충격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소송은 이미 2018년부터 분쟁이 시작된데다 동양, 미래 등 경쟁사들이 관련 소송에서 패소했었기 때문에 삼성생명의 소송 패소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이슈였다”며 “소송 패소 가능성이 일정 부분 주가에 선반영되어 있다고 판단하며,  일회성 요인이기 때문에 주가에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가 커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한 만큼 목표주가는 하향 조정됐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는 약 5만5000명, 4300억원으로 즉시연금 소송이 제기된 생보사 중 가장 많다. 

정 연구원은 “즉시연금 소송 1심 패소에 따른 충당금(3000억원으로 가정) 적립을 실적 추정에 반영했다”며 “이익 전망치 조정에 따라 목표주가를 기존 9만1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