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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동산 플랫폼의 중개업 진출을 반대하는 한국 공인중개사협회의 포스터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가 과연 공인중개사들과 건강하게 상생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공인중개사의 영역을 서서히 차지해갈 것인가.

직방, 다방 등 부동산 광고 플랫폼이 비대면 중개서비스를 확장하고, 공인중개사들과 파트너 협약을 맺는 서비스도 제공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의 사업 영역을 침범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방은 지난 6월 15일 새로운 프롭테크 모델 ‘온택트 파트너스’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직방은 공인중개사와 제휴를 맺고, 비대면으로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부동산 정보조회, 매매, 계약 등도 직방 플랫폼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혹시 모를 고객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100억 원의 보증보험에 가입도 했다.

다방 역시 오는 10월 비대면 전자계약시스템인 ‘다방싸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집주인이 임대인 전용 앱 ‘다방허브’에 전자계약 매물을 공유하면 중개사는 해당 매물을 공인중개사 전용 앱 ‘다방프로’로 전송하고, 다방앱에서 광고를 접한 수요자는 전자계약을 맺을 수 있다. 

공인중개사 측은 이런 플랫폼 업체의 서비스를 경계하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국민청원에는 <대형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중개시장 진출을 막아주십시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20일 3시 15분 기준 9,870명의 동의를 얻었다.

본인을 공인중개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대형 플랫폼이 중개시장에 진출하면, 전국 11만 개업 공인중개사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것입니까?”라면서 “여객운수법에 IT옷을 입힌 타다가 진입하였을 때, 택시업계는 죽음도 불사하고 극렬히 반대하였습니다. 중계업계도 똑같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역사적인 흐름을 통해 자리 매김한 개업공인중개사들의 고유 영역에, 대자본과 IT기술을 결합하여 개업공인중개사들을 노동자로 종속시키고 전문적인 노동력을 착취하겠다는 것이 직방의 계획이며 시스템”이라며 프롭테크 모델이 결국 공인중개사들의 플랫폼 노동자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직방은 부동산 정보제공만 하는 전문 업체로 남게 해달라”며 직방이 공인중개사들의 밥그릇을 빼앗으려 하는 것을 정부가 방관한다면, 대한민국의 기업윤리와 상도의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부동산 플랫폼의 추가적인 시장 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동산 플랫폼의 서비스 확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입장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공인중개사들로부터 획득한 매물정보를 기반으로 한 기업이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가지고 중개 시장에 진출한다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음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프롭테크를 이용한 플랫폼이 오프라인 중개업자들을 위협할 것이라는 협회의 입장을 공식화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박용현 회장은 영상을 통해 ”협회는 전국 11만 회원의 권익 보호를 위하여 그들(부동산 플랫폼)의 행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개업공인중개사 일동은 대형 부동산 플랫폼이 상생과 협업이라는 허울좋은 언론 플레이를 통해 100만 중개가족의 생존권을 빼앗고 영세한 골목상권마저 죽이려는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14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에 대해 직방과 다방은 모두 ”직접 중개업 진출 의사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직방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직방의 프랜차이즈화를 꿈꾸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현행법을 준수해야 해서 온택트파트너스라는 중개법인을 차린 것이고 문제에 대비해 공동책임을 지려고 하다 보니 100억원짜리 보증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공인중개사를 고용해서 프랜차이즈화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회사의 방향성과도 맞지 않다. 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런 부동산 플랫폼의 해명에도 비판적인 시선은 존재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디지털로 빅데이터를 구축한 디지털 업체(부동산 플랫폼)들이 그걸 바탕으로 오프라인 시장으로 가고 있다. 이런 것들이 가속화되고 나면 모든 전문 자격사들이 그런 거대기업에 예속되는 현상들을 갖고 온다. 그래서 거대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대결을 하게 되면 소상공인들이 버티기 어렵다”며 말했다. 온택트 파트너스와 같은 서비스가 골목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두 개의 업무 영역들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 법에 의해 오프라인 중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화된 기업들은 빅데이터만 제공을 해서 서로 공존하는 산업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플랫폼과 공인중개사의 경쟁구도가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서 교수는 “산업초기에는 소비자들에게 유리할 것이다. 서비스 확대 측면에서 기업들이 무료라는 미끼 등등을 내세워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데이터 기업들이 독점을 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서비스) 선택의 여지가 없어져 소비자 부담이 장기적으로는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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