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생명
사진=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1심 선고를 이틀 앞둔 가운데 암보험 논란까지 재점화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 9일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이하 보암모)와 합의했다.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1월부터 542일간 점거농성을 이어왔던 보암모는 이날 시위를 중단하고 점거 중이던 삼성생명 사옥에서도 철수했다. 

삼성생명은 암보험에 가입한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할 수 없다며 보암모와 오랜 갈등을 이어왔다. 보암모 공동대표인 이모씨가 제기한 보험금 지급소송은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주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에 암보험금 부지급 문제와 관련해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해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한 상태다. 

삼성생명과 보암모의 극적인 합의 타결로 금융위에서 징계 수위가 경감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최근 다른 암환자 단체가 반발하면서 다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합의에 대해 “삼성생명과 보암모라는 암환자단체 집행부 일부와 몇몇 암환자를 포함한 21명이 사이의 쌍방 간 야합”이라고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암환자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암사모)과 210만 암환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삼성생명은 금융위의 중징계 결정과 부회장 사면 여부가 가까워진 시점에서 보암모 집행부 등 21명의 암환자를 회유해 사기극을 완성했다”며 “삼성생명에 대한 중징계를 ‘기관경고’가 아닌 ‘시정명령’으로 격상하고 산하 금융사들의 신사업 분야 인허가를 절대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합의에 참여한 보암모 21명 외 다른 암환자들의 반발이 거세진다면, 암보험 리스크 해소라는 삼성생명의 당면 과제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 만약 금융위가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확정할 경우 삼성생명은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당장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두고 경쟁 중인 자회사 삼성카드는 대주주 리스크로 인해 언제 심사가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같은 문제로 곤란을 겪었던 하나카드가 최근 예비허가 심사를 통과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오는 21일에는 즉시연금 1심 결과가 나온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맡기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얻은 수익으로 연금을 지급해 만기까지 원금을 환급하는 상품이다.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은 만기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일부를 공제하고 연금 월액을 산출한다. 즉, 매달 연금 일부를 뗀 뒤, 이를 모아 만기환급금을 지급한다는 것. 

가입자들은 약관에 이러한 내용이 명시돼있지 않고, 연금액이 상품 가입 시 최저보장이율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했다. 지난 2018년 10월에는 금융소비자연맹 주도로 보험금 지급 소송도 제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는 5만5천명, 4300억원으로 생보사 중 가장 많다. 

문제는 동양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즉시연금 문제로 소송전에 돌입한 생보사들이 모두 1심에서 패소했다는 것이다.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의 공제 사실을 가입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약관에도 모호한 문구를 사용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특히, 동양생명의 약관은 삼성생명과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24단독 판사 명재권)은 동양생명 소송 당시 “연금 월액 산출 방법에 관한 사항은 보험사가 명시·설명해야 하는 중요한 내용”이라며 “만기형의 경우 ...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만이 연금 월액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만기보험금으로 적립된다는 점까지 명시·설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물론 1심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다른 생보사들과 마찬가지로 삼성생명 또한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오랫동안 발목을 잡아온 즉시연금 및 암보험 리스크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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