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와 빅테크의 장단점 비교. 자료=보험연구원
보험회사와 빅테크의 장단점 비교. 자료=보험연구원

빅테크(Big Tech)의 보험업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보험사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와 기존 보험사 간 경쟁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보험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손해보험(가칭)은 지난달 1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업 예비인가를 승인받았다. 카카오손보는 총보험계약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컴퓨터통신 등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모집하는 통신판매 전문 보험회사(디지털 보험사)로 운영될 예정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캐롯손해보험 등 기존에도 디지털 보험사는 있었지만, 신규 사업자가 예비 인가를 받은 것은 카카오손보가 처음이다. 메신저앱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금융업 진출에 성공해온 카카오의 행보를 고려하면, 카카오손보 또한 빠르게 고객 수를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는 기존 보험사와 달리 휴대폰 파손보험, 자전거보험, 어린이보험, 동호회보험 등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직접 자회사를 설립해 보험시장에 진출한 카카오와는 달리, 네이버는 보험상품을 비교·중개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금융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NH보험서비스를 설립한 네이버는 보험사와의 협업관계를 구축해 보험상품을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자동차 보험료 비교 서비스를 출시하려다가 보험업계의 반발로 포기한 적이 있지만, 향후 금융당국이 플랫폼의 보험상품 비교 서비스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토스 또한 이미 지난 2018년 2월부터 토스 앱을 통해 보험보장 분석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법인보험대리점(GA) 형태의 토스 인슈어런스를 설립해 보험상품 중개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토스는 기존 보험사들과 달리 ‘정규직 보험설계사’ 제도를 도입해 설계사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판매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탄탄한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네이버·토스 등의 빅테크 업체가 보험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기존 보험시장의 지형이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기존 보험사들과 전혀 다른 사업모델을 가진 빅테크 보험사가 자리를 잡게 될 경우 기존 보험사들도 경쟁을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발표한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에 대한 기대와 과제’ 보고서에서 “새로운 사업모형을 가진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입은 보험산업 내 경쟁 강화를 통해 보험시장 혁신을 유도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다”며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은 다양한 보험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기업 간 경쟁 및 협력을 통해 보험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보험시장 내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도 빅테크 진출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쌓인 고객의 금융데이터를 활용한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실제 교보·신한생명, KB손보 등은 지난달 금융위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예비허가를 승인받았다. 

부족한 디지털 경쟁력을 창의적인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채우겠다는 시도도 이어진다. DB생명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이하 KISA)과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교보생명도 지난 3월 스타트업 발굴 프로젝트인 ‘임팩트업’을 추진했다. 삼성생명·화재도 올해 초 ‘제2회 삼성금융 오픈 컬래버레이션’을 열고 삼성 금융계열사와 함게 사업모델을 개발할 핀테크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황 연구위원은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은 보험회사에게 경쟁심화로 인한 고객이탈 및 판매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감소 등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고객과의 접점 강화, 기술회사와의 파트너십 구축, 디지털금융 관련 인력 훈련 및 양성, 양질의 고객데이터 확보 등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한 디지털 환경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넓은 고객층을 보유한 빅테크 보험사에 보험시장 전체가 종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네이버·토스 등이 지배적인 보험상품 비교 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자칫 독과점이 발생해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황 연구위원 또한 “빅테크의 폴랫폼 또는 온라인 중심의 사업모형은 데이터 등 금융정보의 집중현상을 심화시키고, 이로 인한 금융정보에 대한 독점은 금융시스템의 정보효율성을 낮춘다”며 “빅테크 플랫폼에서 보험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자회사 외 제3자에 대한 불공정한 대우나 우월한 시장 지위를 이용한 불투명한 수수료 부과 등 보험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은) 특정 플랫폼이 보험상품의 판매채널을 독점하지 않도록 시장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고, 이해상충 행위 및 거래상 지위 남용 등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는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빅테크가 접근할 수 있는 비금융 데이터에 대한 공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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