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월 2일 서울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울교육학생참여위원회 회의에서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연극을 감상하고 있다. News1
【서울=이코리아】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라는 지침을 내린데 대해 교육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교과부의 지침을 거부하고 있고 이에 대해 교과부는 해당 교육청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관련자들을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또 수시모집 철을 맞은 각 대학들은 생활기록부 기재 방침에 대해 교과부와 교육청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어 신입생 선발에 혼란을 겪고 있고 일선 고교에서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실정이다.

 교과부는 지난 2월 학교폭력종합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교과부 훈령을 개정하고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조치사항을 생활기록부에 적도록 하는 지침을 각 시·도교육청에 내렸다.

 이 같은 지침이 전달되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성향의 교육단체들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일 “교과부의 지침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라며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 같은 권고사항이 나오자 경기교육청과 강원교육청은 교과부의 지침을 거부하고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재 방침은 변함이 없다”며 경기·강원교육청이 지침을 계속 거부할 경우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면서 압박을 가했다.

 경기·강원교육청이 교과부의 지침을 완강히 거부하자 급기야 교과부는 23일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한다는 교과부의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음에도 경기·강원도교육청이 이를 전면 보류하고 있어 특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경기·교육청과 강원교육청에 대해 이달 말 안에 특별감사에 착수하고 법령을 위반한 교장·교사 및 시·도교육청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등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일선 학교에 직접 안내할 예정이다.

 특별감사에 대해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기재를 관철하기 위해 특별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고 이는 선진 교육행정이 아니다”라며 교과부를 비난했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도 “학교폭력 사실 기재는 교육현장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없었다”라며 “교과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교육청을 길들이려고 한다”고 성토했다.

 생활기록부 기재와 관련해 교과부와 교육청이 이 같은 갈등양성을 보이자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시작한 대학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입 수시모집 전형에서는 학생 인성평가와 관련해 생활기록부의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학교폭력과 관련한 기재를 하는 학교와 안 하는 학교가 생길 경우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만약 전국의 모든 학교가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한다고 하더라도 재수생의 경우는 학교폭력 사실이 기재될 여지가 없어 고교 3학년 재학 중인 수험생과는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일부 교육청이 학교폭력 사실 기재를 하지 않기로 하고 있어 학교폭력 기재에 관한 전형 방침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강대 관계자는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하는 학교와 하지 않는 학교가 있을 경우 이를 입시에 반영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각 대학들은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하지 않는 학교가 있을 경우 올해 입시에서 이를 반영할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선 고교에서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부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폭력 사실에 대해 교과부는 기재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교육청은 기재하지 말라는 상황”이라며 “학교에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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