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별 확진자 수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코로나19 일별 확진자 수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코로나19 4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국내 증시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확진자 증가에 따른 방역조치 강화 등으로 하락장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백신이 개발된 상황에서 감염병 재유행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25일 3300선을 돌파하며 기세를 올렸던 코스피는 확진자 수가 700명을 넘어선 29일 다시 3200대로 하락했다. 이후 확진자 수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달 6일 다시 3300을 넘어섰지만 확진자 수가 1000명 이상으로 급증한 7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 9일 3217.95로 장을 마감했다. 12일 오후 1시 현재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소폭(0.93%) 회복한 3247.76을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상승세었던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오늘부터 수도권에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수위인 4단계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6시~새벽 5시까지 3명 이상(직계가족 포함) 사적 모임을 금지하고, 유흥시설 영업을 중단하는 고강도 조치다. 방역조치 강화로 인해 경기 회복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 재유행으로 인한 하락장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델타 변이는 전염성이 강하고 이미 백신을 맞은 사람들도 감염될 위험이 있는 바이러스지만, 백신 접종자의 치명률을 높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델타 변이발 경제 재위축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1~3차 대유행 중 증시를 오랜 침체기로 몰고갔던 것은 1차 대유행 뿐이다. 지난해 2월 19일 34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시작된 1차 유행은 29일 909명의 대규모 신규 확진자 발생으로 정점에 달했다가, 3월 15일에 이르러서야 확진자 수가 두자릿수로 하락하면서 진정됐다. 1차 유행 전 2200대를 횡보 중이던 코스피는 2월 19일 2210.34에서 3월 23일 1482.46까지 하락해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코스피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코스피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반면 2·3차 유행 당시에는 확진자 수와 코스피가 연동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8월 14일 다시 일일 확진자 수가 세자리수를 기록하며 시작된 2차 유행은 27일 441명을 기록한 뒤 진정되기 시작해 9월 20일 다시 두자리수 확진자를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이 기간 코스피는 8월 13일 2437.53에서 20일 2274.22까지 급락했으나, 이후 반등을 시작해 9월 8일 2400대를 회복했다. 

3차 유행은 확진자 발생 추이와 증시가 정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확인된다.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3차 유행은 12월 13일 일일 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어선 뒤 크리스마스에 1240명을 기록하며 정점에 올랐다가 새해가 돼서야 겨우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코스피는 코로나 확산세가 안정화된 10월에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다가, 3차 유행이 시작된 11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이후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코스피는 1월 8일 3100대를 돌파하며 더욱 기세를 올렸다. 

1~3차 유행 당시 증시의 움직임에 일관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4차 유행으로 인한 하락장을 우려하기는 아직 섣부르다. 다만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우려는 있다. 

국내 증시는 코로나 재유행과 함께 여행·항공·쇼핑 등 컨택트주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3만4500원까지 올랐던 대한항공은 이달 9일 3만300원으로 12.17%나 하락했다. 지난달 10일 9만1000원에 거래됐던 하나투어도 9일 7만5700원까지 16.81% 하락했다. 반면, 진단키트·바이오 및 게임 등 언택트주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달 1300대를 횡보 중이던 ‘KRX 게임 K-뉴딜지수’는 9일 기준 1537.64까지 상승했다. 

확진자 수 증가에 따른 증시 변동성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백신 접종을 통한 방역조치 완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은 확진자증가에도 불구하고 봉쇄조치를 단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며 “한국은 백신 접종률이 충분히 높지 않은 상황이다. 방역강화 및 서비스업 분야 회복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연구원은 이어 “코로나 사태 극복의 열쇠는 여전히 백신이며,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는 환경 하에서 경기 회복은 진행된다”며 “장기적으로 방역강화 시 확진자 수 감소, 3분기 추가 백신도입에 따른 리스크 경감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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