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21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책임방기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21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책임방기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두고 관리·감독 책임을 지적받아온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5일 발표됐다. 이번 감사 결과는 고위직은 제외한 채 실무진에 대해서만 징계가 내려져 꼬리자르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 감사원, “금감원, 사모펀드 사태 관리 소홀”

감사원은 금감원이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위험이 증가했는데도 상시 감시에 소홀했으며, 공모펀드 규제 회피를 위한 ‘사모펀드 쪼개기’에 대해서도 검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하는 것으로 보고해놓고, 일반 회사채에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집합투자규약을 첨부했는데도 전혀 보완을 요구하지 않았다. 실제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는 단 1원도 투자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편입자산이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였던 것으로 밝혀져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게다가 금감원은 2018년 국회에서 옵티머스 펀드의 부당 운용 문제에 대해 질의가 나오자, 자산운용사 측의 설명만 믿고 “아무 문제없다”고 답변했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투자제안서, 매출채권 양수도계약서 등을 제출받아 위법한 펀드 운용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감사 의무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0월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이 2월 사모펀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도 6월까지 옵티머스 판매를 그대로 방치해 피해를 확대시켰다”며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의 핵심은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할 금융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감사 결과는 그동안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의 책임을 지적해온 이 같은 외부 비판이 사실이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동안 사모펀드 사태 수습을 위해 뒤늦은 검사와 금융사 CEO 징계에 열을 올려왔으나, 정작 감독기구로서의 책임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금감원에 대한 비판 여론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번 감사 결과로 인한 징계가 금감원 수뇌부가 아닌 실무진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 총 45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하고 5명 징계, 17명 주의, 24건의 기관통보를 의결했다. 이 중 중징계를 처분받은 것은 금감원 수석조사역 2명과 예탁결제원 1명뿐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노조는 5일 성명을 내고 “사모펀드 사태에 책임이 있는 고위직들이 퇴직자라는 이유로 징계 대상자에서 빠졌다”며 “(상부의) 의사결정 내용을 단순히 수행한 부하직원이 책임을 떠안는 것이 정당하냐”고 비판했다. 

금감원 노조는 윤석헌 전 금감원장과 원승연 자본시장 담장 전 부원장에게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감사원이 금감원의 감독책임을 추궁하고 있는데, 금융사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강조하던 전직 원장과 부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본인이 가지고 있다던 히든카드가 책임회피를 위한 퇴임이었느냐”라고 꼬집었다. 

실제 금감원은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은행·증권사 등 부실 사모펀드 판매사 CEO에 대해 중징계를 처분해왔다.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 또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처분 받고 금융위원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금감원 노조 "고위작 빠진 징계, 하위직이 책임 떠안아"

게다가 금감원은 지난 2월 발표한 업무계획에 금융소비자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금융사에 임원책임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고위직이 아닌 실무진만 중징계를 받게 되면서 ‘꼬리자르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에 대한 조치가 미흡한 것도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감사원은 금융위에 대해 일반투자자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했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규제완화에 따른 책임을 묻거나 담당자를 징계하지는 않았다. 다만 금융위원장에게 일반투자자의 위험감수능력 등을 면밀히 고려해 사모펀드 투자자 요건을 설정하는 등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 보호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할 것을 요구했을 뿐이다. 

금감원 노조는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원인은 (금융위의) 무분별한 규제완화”라며 “감사원은 금융위의 무리한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원전 감사와 마찬가지로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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