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림] 그 사진
상태바
[시와그림] 그 사진
  • 김용국(시인)
  • 승인 2021.07.23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병. 봄. 아크릴+스테인리스+페인트+화강석. (515*500*35)mm.
공병. 봄. 아크릴+스테인리스+페인트+화강석. (515*500*35)mm.

 

 친구 평식이와 임신 중이던 최영하 씨, 미남 노총각인 정규, 왼쪽으로는 사랑하는 내 아내 권옥희와 키 크고 다감한 하영이, 의 목에 매달려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고 있는 내 아들 무문이, 엄경옥 씨의 고른 치아 웃음, 고화석과 그의 이쁜 아내 손미경 씨.

  어느 날 자정쯤을 배경으로 한 잡화 가게의 불빛, 잔설이 밟히던 겨울, 깜깜한 서울의 잠실 1단지 아파트 어느 모서리, 그날 고화석 부부의 신혼집들이를 마치고 기념 촬영, 흑백 5×7의 사진 한 장.

  삼각대 위의 사진기 렌즈 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우리들의 극대화된 정겨움, 그 정겨움 속을 마주 보고 있는 정겨운 지금의 나.

사진 속의 아들이 결혼하고 나이 사십을 향해 가고 있으니 여기에 등장하는 내 친구들은 환갑을 넘긴 지 한참입니다. 

그때 미혼이었던 친구는 결혼해서 대학을 다니는 딸아이가 있고, 한 친구는 이역만리 타국으로 떠나서 못 본 지 십수 년이 넘습니다. 한 친구는 전라남도로 나머지 친구는 부천, 일산에 거처를 두고 있습니다. 모두 흩어져 삽니다. 멀리 있는 친구는 멀어서 가까이 있는 친구는 이유가 있어서 자주 만나지 못합니다. 

다시 수년이 지나 이 사진을 다시 보면 어떤 친구는 이곳 사람이 아니고, 어떤 친구는 병상이나 요양원에 있고 어떤 친구는 연락이 안 될 수도 있겠지요.

세월이야 항상 무상하지만, 우연히 꺼내 본 사진 한 장이 추억의 창고를 열어 친구들의 젊은 모습을 데려다 줍니다. 

‘삼각대 위의 사진기 렌즈 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우리들의 극대화된 정겨움, 그 정겨움 속을 마주 보고 있는 정겨운 지금의 나.’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