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자. 무제. watercolor. 4호.
양희자. 무제. watercolor. 4호.

 

보이지 않으나
연기 오르니

그 마을 멀지 않으리.

걸으면
바람 무늬 같은 
마을 길.

물은 산을 돌고
산은 물을 안으니
그 마을 고운데,

나 지쳐
그 마을 어귀를 두드리면
노을은 웃을 뿐
말이 없구나.

여러 날 여행을 했거나 직장에서 퇴근하거나 친구와 술 한잔하고 늦게 귀가할 때, 문득 피곤한 몸과 마음을 누일 곳이 없다면 어찌 될까요. 어쩌면 돌아가 안식할 그 한 곳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평생을 힘들게 떠돌지도 모릅니다.

돌아갈 곳이 꼭 가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고향일 수도 있고 마음으로 그린 어떤 마을일 수도 있고 구체적인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거기에 간다고 해도 그곳이 우리를 받아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나 지쳐 / 그 마을 어귀를 두드리면 / 노을은 웃을 뿐 / 말이 없구나’.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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