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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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의 상장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공모주를 향하고 있다.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중공업 등 굵직한 공모주가 눈길을 끌며 ‘따상’의 기대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자칫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 2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모 주식수는 6545만주로 주당 공모 희망가는 3만3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최대 공모 금액은 2조5526억원이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카카오뱅크는 하반기 공모주 최대어로 꼽힌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기준 이용자 수 1653만명, 계좌 고객 수 1447만명을 기록했으며, 수신액과 여신액은 각각 26조690억원, 22조7203억원, 총자산(3월말 기준)은 28조6164억원까지 성장했다. 아직 4대 은행과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왠만한 지방은행은 뛰어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앱 월간 이용자 수는 이미 1400만명을 넘어서 뱅킹 앱 부문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카카오뱅크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성장성과 편의성에 기반한 시장 지배력 확대와 단순한 은행을넘어 금융 플랫폼 사업모델의 성공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기존 금융주와는 차별적인 밸류에이션 수준이 예상된다”며 “IPO 초기 기대감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금융 플랫폼 기업가치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여 예상 시총은 20조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카카오뱅크 외에도 기대감을 모으는 공모주들이 하반기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로 알려진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지난 1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금융감독원 심사 후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청받아 일정이 예정보다 미뤄지게 됐지만, 20일 전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중복청약이 가능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3.6% 성장한 1조6704억원, 영업이익은 115.4% 늘어난 7739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도 계속되고 있다. 

LG화학의 핵심 자회사인 2차전지 제조업체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8일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시설투자 등에 활용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를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 수준까지 예상하고 있다.

◇ 이상한 비교대상 선정, 공모가 ‘거품’ 주의해야

굵직한 기업들의 상장 일정이 다가오면서 다시 한 번 ‘따상’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모가 산정 과장에서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투자 결정에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주당 희망 공모가를 45만8000원~55만7000원으로 책정했다가 금감원으로부터 산정 근거를 제출하라며 정정을 요구받았다. 크래프톤은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비교대상에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업체뿐만 아니라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도 포함시켜 논란을 빚었다. 

크래프톤은 자사 게임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 계획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배틀그라운드에 매출의 80%를 의존하는 크래프톤과 콘텐츠 사업 비중이 60~80%인 디즈니, 워너뮤직을 비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9만원대의 장외가격에 비해 공모가가 낮게 책정된 카카오뱅크 또한 거품 논란에서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인터넷은행이 아니라 로켓 컴퍼니(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파그세그로 디지털(브라질 결제서비스 업체) 등 해외 4개 디지털 금융사를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의 비교군 선정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비교회사로 선정된 해외 피어(Peer)와 카카오뱅크는 수익성, 사업영역, 플랫폼 성격등 측면에서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인다”며 “미국의 로켓컴퍼니를 제외한 3개사는 평균 자본규모가 1.5조원에 불과하고, 로켓컴퍼니는 온라인주담대를 주로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카카오뱅크는)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듯 플랫폼 기업 밸류에이션 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금융주 PBR 방식을 적용했고, 희망 시총은 상장 후 자본총계 대비 PBR 3.1~3.7배로 설정했지만, 이 또한 상장 은행지주 대비로는 여전히 상당한 프리미엄이 부여된 수치”라며 “결국 공모가 이상의 높은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권과 차별화된 사업모델 구축의 성공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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