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조바심을 안고 지낸다. 지친 소현은 모든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한숨을 내쉬며 나온 거리에서 푸른 불꽃을 보고, 홀린 듯 따라가다 다른 세상에 도착한다. 소현은 먼 옛날에나 있을 법한 한옥에서 정체불명의 사람을 마주하고, 말하는 자라를 만나 함께 신비한 여정을 시작한다.

게임 ‘금일화’의 줄거리다. 금일화는 제주도 신화 ‘원천강본풀이’를 중심으로 전통문화원형 소재들을 재해석해 녹여낸 판타지 어드벤처다. 게임 속에는 ‘해태’ ‘거대한 두꺼비’와 같은 영물과 전통나침반 ‘윤도’, 전통음식 ‘화전’도 등장한다.

지난달 열린 게임전시회 2021인디크래프트에서 금일화를 처음 접했다. 미려한 픽셀아트와 국악,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이 인상적이었다. 해외에서는 현지 전통 분위기를 살린 게임이 흔치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기자는 금일화 제작에 한창인 머루게임즈 소윤일 대표와 16일 서면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이러한 게임을 만들게 된 까닭에 대해 들어봤다.

팀 머루게임즈. / 사진=머루게임즈 제공

Q. 머루게임즈는 어떤 팀인가요?

자연과 전통문화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임을 제작하고자 구인구직 사이트와 여러 커뮤니티에서 구성원을 모아 시작했습니다. 개발 1명, 아트 2명, 기획 1명, 사운드 2명으로 팀을 꾸렸어요.

공식 작품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독창적인 기획과 섬세한 연출, 그리고 내러티브를 통해 유저분들께 오랫동안 여운을 주는 게임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에요. 나아가 글로벌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전문 개발사로 도약하려 합니다.

팀 이름 속 ‘머루’는 청산별곡에도 나오는 우리나라 토착과일입니다. 하지만 머루는 포도보다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았죠. 오랫동안 유지해온 문화지만 현재는 생소한 전통문화가 많이 있듯, 머루가 그런 전통문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팀 이름을 ‘머루게임즈’로 지었습니다.

금일화 속 한 장면. 상상 속 동물 해태가 등장한다. / 사진=머루게임즈

Q. 금일화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금일화는 한국 설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판타지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게임의 몰입감을 위해 미니게임으로 퍼즐을 삽입했어요. 게임에 있는 내러티브와 다양한 연출을 이용해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주고, 이를 통해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 현실을 택한 주인공 ‘백소현’이, 도망치듯 달려온 거리에서 마주하게 된 정체불명의 불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가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금일화의 ‘금일’은 오늘 하루(今日), ‘화’는 꽃(花)과 이야기(話) 두 가지를 내포합니다. ‘오늘 피어 있는 꽃’을 상징하기도 하고 ‘오늘 이야기’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죠.

‘꽃’이라는 의미로서 금일화는 저희가 만들어낸 가상의 꽃으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꽃이에요. 오랜 시간 매일 꽃을 피워내는 무궁화와 비슷한 의미가 있어요. ‘이야기’로서 금일화의 경우 ‘오늘 이야기’이기도 한 ‘원천강 본풀이’ 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금일화 속 한 장면. 주인공 백소현은 푸른 불을 따라 다른 세상에 도착한다.  / 사진=머루게임즈
금일화 속 한 장면. 주인공 백소현은 푸른 불을 따라 다른 세상에 도착한다. / 사진=머루게임즈

Q. 한국 신화를 배경으로 한 게임은 업계에서 보기 드문데요, 이 소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해외에서는 전통문화원형이 창작의 중요한 모티브로 활용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원전과 신화 등을 창작 소재로 활용한 영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등이 있습니다.

한국 전통은 영화와 웹툰에서는 다양한 아트로 탄생해 재조명받고 있어요. 그러나 게임산업에서는 아직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가 많이 소외돼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금일화를 통해 게임 본연의 목적인 '재미'뿐 아니라, 잊히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전통문화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화적 가치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과거의 추억과 정감 있는 분위기를 전하는 픽셀 아트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전통문화를 재해석한 성공적인 사례가 되고 싶습니다.

Q. 주요 콘텐츠는 무엇이고, 같은 장르 타 게임과 차별점을 꼽는다면?

주요 콘텐츠는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만남으로써 유저분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유저분들이 느낄 즐거움과 감동이 핵심이죠.

또한 유저분들이 금일화에서 주인공의 여정에 함께하며, 시나리오와 긴밀하게 연계된 퍼즐과 다양한 NPC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토리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게 구성했어요.

스토리 게임인 만큼 섬세한 감정선을 담은 스토리와 그에 맞는 사운드, 아트, 그리고 연출에 신경을 쓰며 차별화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아트와 음악은 몰입감을 깨뜨리지 않도록 중복 삽입은 지양하고, 이야기 감정선에 맞도록 새롭게 제작하려 노력합니다.

금일화 속 한 장면. 전통나침반인 나무윤도를 퍼즐 콘텐츠로 활용했다. / 사진=머루게임즈

Q. 한국의 전통 도구, 음식, 신화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능성 게임으로서의 가치도 있어 보여요. 기능성 게임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나요?

순천향대 산학협력단이 2018년 발표한 ‘문화적 가치 고양을 위한 게임 창작 유통 생태계 전략 연구’ 보고서에서 영감을 얻어 금일화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해당 보고서에서는 게임 외적으로 다른 산업 수요에 초점이 맞춰진 ‘기능성 게임’ 용어의 범주와 구분되는 ‘인스피레이션 게임’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발굴해 지칭하고 있는데요.

인스피레이션 게임은 여가를 즐긴다는 게임 매체 본연의 목적을 충실히 따르면서, 문화적 가치를 표현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감동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기능성 게임’ 용어 사용 범주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금일화를 ‘인스피레이션 게임’으로 구분해요. 게임 본연의 목적인 ‘재미’에 높은 비중을 두면서, 독창성과 내러티브 전개, 다양한 연출로 유저분들께 폭넓은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물론 전통문화 고증도 철저히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 문화원형의 산업적 활용을 위해 창작 소재를 발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련한 ‘문화콘텐츠닷컴(한국콘텐츠진흥원)’ ‘국가문화유산포털(문화재청)’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서 제공하는 여러 자료와 전문 서적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또 한·중·일의 전통문화는 서로 영향을 끼쳐 비슷하면서도 미세한 차이가 있는 문화가 많은데요. 이러한 이유로 한국 전통소재의 특징이 왜곡되는 사례를 피하고자, 한·중·일 문화를 세심하게 조사하고 그 차이점을 잡아내는 작업을 특히 신경 쓰며 진행하고 있어요.  이 밖에도 여러 방면으로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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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화 속 한 장면. / 사진=머루게임즈

Q. 픽셀 아트와 음악이 인상 깊었습니다. 공개된 에셋을 썼는지, 자체 제작한 건지 궁금해요.

아트와 음악 모두 순수 100% 팀 내 작업으로 제작했습니다. 도트 그래픽과 전통문화를 조합하는 시도를 한 레퍼런스가 많이 없어, 이를 표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애니메이션 또한 전통소재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프로그램 에셋을 통한 계산적인 움직임이 아닌, 수작업으로 한 장 한 장 찍어내는 방식을 선택했죠. 

음악은 버클리 음악대학 출신 작곡가 두 명과 협업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설화에 바탕을 둔 게임인 만큼, 국악 악기들과 스트링을 조화롭게 사용해 전통적이지만 세련된 분위기를 의도했어요.

게임 맵의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시나리오, 컨셉 아트를 참고해 곡의 컨셉을 잡은 후 곡을 스케치하고, 게임 맵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가상 악기를 정해 곡을 구현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각 트랙을 믹싱해 팀원들과 피드백을 거쳐 제작을 진행 중입니다.

Q. 플레이 방식이 궁금한데요.

금일화는 모바일 싱글플레이 게임입니다. 한국 전통소재를 활용한 게임이 흔치 않기 때문에, 유저분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무료 출시와 체험판 이후 에피소드를 추가 구매할 수 있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토리 게임 특성상 패키지 형식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출시 플랫폼과 각 판매 방식의 장단점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을 세세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우선 오는 11월께 오픈베타 테스트 실시 및 체험판을 배포하고, 내년 상반기 정식 출시할 예정이에요. 플랫폼은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로 정했고, 향후 PC 진출도 생각하고 있어요.

Q. 금일화 제작에 영감을 받았던 게임이 있나요?

첫째로 ‘곰아저씨 레스토랑’을 통해 모바일 스토리게임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둘째로 ‘투더문’을 통해 섬세한 연출과 플롯 그리고 스토리의 치밀함이, 얼마나 게이머의 정서를 자극하고 감정적인 경험을 이끌어내는지 감명받았어요.

금일화 속 한 장면. / 사진=머루게임즈

Q. 소규모 팀으로 게임을 제작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개발 기술적으로는 다양한 서적과 리서치를 통해 꾸준히 연구하며 해결하고 있어요.

아쉽게도 자금적 문제는 고민이 많습니다. 머루게임즈는 게임 완성도에 집중하기 위해 게임 제작 외에 다른 수익성 일을 병행하지 않습니다. 직원들 모두 풀타임 근무에 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수익이 전혀 없는 상태로 진행 중에 있다 보니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2021인디크래프트에 참가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저희 게임을 유저분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확인하고 의견을 듣기 위해 참가했습니다. 금일화를 공식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어, 성공 가능성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품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희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얻기 위해 인디크래프트에 참가했어요. 많은 분들께서 기대한다는 말씀을 남겨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직 다른 공모전에 입상한 이력은 없지만, 향후 베타버전으로 BIC, G-STAR 등 다른 게임전시회에도 꼭 참가하고 싶습니다.

금일화 속 한 장면. 한복을 입은 캐릭터, 전통음식 화전이 등장한다. / 사진=머루게임즈

Q. 금일화를 즐기실 게이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엘프와 드워프 같은 서양 판타지 소재는 각종 미디어와 게임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전통소재를 활용한 게임은 많지 않죠.

금일화가 게임을 통해 전통문화의 매력을 잘 알린 국산 오리지널 콘텐츠 IP의 성공적인 사례가 돼, 한국적인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업계 분위기를 만드는 도화선이 됐으면 해요. 앞으로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기획과 창작이 꾸준하게 이뤄져 세계적인 콘텐츠로 성공하길 기대합니다.

지난달 인디크래프트를 통해 많은 분께서 응원과 기대의 메시지를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기대와 격려에 힘입어 유저분들 기억에 오래 남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며 독창적인 게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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