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건복지부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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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 이 수치는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9월부터 한 달간 의료기관 22곳의 간호사 1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근무 중 의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한 PA간호사의 비율이다.

PA간호사는 보조의사((Physician Assistant)의 약자로 의사는 아니지만, 의사와 함께 수술을 하고 상처를 소독하고 진단서도 작성한다. 필요시 약도 조제한다. 이런 PA간호사는 전국에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문제는 PA간호사가 합법화된 인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PA는 국가적으로 인정되어 면허를 갖고 활동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불법 의료를 현장에서 하고 있는 데도 묵인되어 온 셈이다. 그런데도 현실적인 의사 부족의 문제 때문에 PA는 현장에서 의사의 지시를 받으며 의료 행위를 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경계도 불분명하다. 보건의료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현장 실태조사에서 의사의 고유 업무를 PA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PA가 의사 아이디와 비번으로 전산시스템에 접속하여 각종 검사 및 약물, 입퇴원 등에 대한 환자 처치를 처방하고, 전공의가 부족하거나 없는 진료과에서는 의사 대신 수술을 하고 수술기록지도 작성한다. 암환자의 항암제 용량을 계산하고, 동맥관 채혈과 A-line 삽입 등의 시술도 시행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PA가 법적인 보호에 있어 취약하다는 점이다. PA인력들은 “의사의 이름으로 처방을 내지만 의사들은 정작 자신이 처방한 것이 아니라며 PA에게 미룬다”고 보건의료노조는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또 “의사들은 본인들의 업무를 대신 이행할 것을 지시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현행 법률상 행위 당사자인 간호사가 처벌 대상이다. PA는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PA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상황도 드러났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의사1명이 중환자실을 전담하다보니 의사 업무를 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의견과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신규간호사들은 특히 의사의 업무지시를 거절하기 어렵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즉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란데다가 의사와 간호사 사이의 위력관계 속에서 PA가 불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던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어 온 상황에서 지난 28일에는 PA간호사를 양성화하여 보호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현재 이 청원은 14일 현재 1540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이코리아>는 지난 6월 3일에 열린 PA간호사 문제와 관련한 협의체를 열었다는 보건복지부에 회의 결과를 질의했으나, 여전히 회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답변만 얻을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6월3일에 협의체가 열리니 그 때 구체적으로 논의가 될 것 같다"는 답을 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4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3일 협의체를 열어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정된 부분이 없다. 복지부, 간호사, 병원의사 등 기관에서 오시는 분들은 (기존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의 입장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PA간호사는 여전히 공식화된인력이 아니다”라는 보건복지부의 입장도 전했다. 의사 단체에서는 여전히 PA간호사에 반대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답하며 합의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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