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21(NDC2021) 마지막 날 ‘사설서버’에 관한 세션이 2건 편성됐다. 해당 세션들에서는 법조계 및 학계 인사들이 게임사의 불법 사설서버 대응 요령을 소개했다.

◇국내 1세대 게임사들, 사설서버로 몸살

사설서버란 정식 서버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무단으로 제공하는 서버를 일컫는다. 게임업계에서는 ‘불법 사설서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프리서버’로 불리기도 한다. 사설서버 운영자는 정식 게임 콘텐츠 도용에 그치지 않고 수익도 창출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넥슨, 엔씨소프트, 웹젠, 위메이드, 그라비티 등 오래된 PC게임 IP를 보유한 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구형 클라이언트는 보안이 허술해 사설서버 개설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모바일게임 사설서버도 등장하고 있다. 게임사 직원이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

불법 사설서버는 과거 월정액 과금이 필요한 게임을 무료로 즐기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는 게임머니 환전, 도박 콘텐츠 광고 등 개념이 확장됐다. 또한 예전에는 개인이 자가 PC로 사설서버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조직적으로 발전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설서버는 게임사에 연간 1633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히고 있다. 사설서버는 정식 게임 유저 이탈을 조장해 산업을 위축시킨다.

해외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휘강 교수와 경희대 유창석 교수가 2017년 발표한 '네트워크 기반 정보재의 불법 사설서버로 인한 피해규모 추정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국내외 3대 게임사 피해규모는 연간 2조4385억 원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현재 규모가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게임사, 불법 사설서버 피해 적극 호소해야

최인석 변호사가 11일 NDC에서 불법 사설서버에 대한 경찰 수사 전망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NDC 채널

이날 법무법인 율촌의 최인석, 김진배 변호사는 ‘불법 사설서버 수사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인석 변호사는 “최근 사법환경 변화로 바뀐 경찰 수사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고, 기업들이 경찰 수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도움주기 위해 준비했다”며 “올해부터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로 검찰과 경찰이 상호협력관계가 되는 등 수사환경이 급변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수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부터 경찰이 주도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이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 종결권”이라며 “과거에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판단을 받았지만, 이제 독자 수사 개시가 가능할뿐 아니라, 혐의가 없다 판단되면 불송치 결정 등 자체 종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기존에 경찰이 사설서버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까닭은 다른 수사보다 중요성이 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회적 비난 우려가 높은 조주빈 사건 등 사안에 대해 주기적 기획수사하고 있지만, 불법 사설서버는 대상에 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최 변호사는 “경찰은 5월 가정의달에 청소년유해매체물 등 테마 정해 수사하기도 한다”며 “게임사가 불법 사설서버 피해에 대해 적극 호소해서 기획수사 테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사 손해액’보다는 ‘범죄 수익액’ 강조하라

김진배 변호사가 불법 사설서버 처벌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NDC 채널

김진배 변호사는 불법 사설서버 운영자 형사처벌 유형을 소개하고, 게임산업법 개정 필요성을 제언했다.

불법 사설서버 연관 범죄는 크게 ▲사설서버 개설·운영(게임산업법·저작권법 위반) ▲광고 사이트 운영(게임산업법·저작권법 위반) ▲게임머니·아이템 환매(게임산업법 위반) ▲사행성 콘텐츠(도박개장죄) 등 4가지로 나뉜다.

사설서버 단속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담당한다. 다만 단속권한이 저작권법 위반 사례에 한정돼 있다. 게임산업법에 명확한 단속권한 규정이 없는 탓이다. 사설서버를 저작권법에 적용하는 이유는 게임도 도서나 영화처럼 게임사 저작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자사 게임의 불법 사설서버가 개설됐을 경우 기업들의 대처 방안을 정리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경찰의 관심은 죄질이나 수사 가치”라며 “게임사 손해액보다는 범죄 수익액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정확한 범죄 수익액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면, 인당 이용료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추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여러 혐의를 모으고, 조직적 범죄라는 사실을 부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사가 확보해야할 증거로는 ▲사설서버 접속주소·단체채팅방·접속프로그램 ▲광고 사이트 ▲환매 사이트 카카오톡 ID 및 계좌 ▲사행성 콘텐츠 운영 사진 등이 있다.

김 변호사는 불법 사설서버 근절을 위해서는 게임산업법이 개정돼야한다고도 봤다. 그는 “주된 처벌법이 게임산업법이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영리목적 또는 업으로 운영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조항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서버 소스코드 탈취, 사행성 콘텐츠 운영자에 대한 처벌 규정, 게임물관리위원회 단속권한 등도 미비하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에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을 부여하는 등 명시적 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설서버 데이터분석 자료 확보 시 소송 유리

국가별 사설서버 통계. / 사진=유튜브 NDC 채널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휘강 교수는 데이터분석 기반으로 사설서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공유했다.

김 교수는 “사설서버 이용 및 차단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광고 사이트 누적 방문자가 18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등 심각성이 날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사설서버가 해외에 위치한 경우 대응이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국제 사법 공조 및 차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IT서비스 부정행위를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AI스페라 등의 도움을 받으면 증거 확보가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 AI스페라 파이텍션(Pitection) 솔루션은 ▲이용자 규모 ▲호스팅 업체 정보 ▲도메인 정보 등 불법 사설서버 증거를 자동으로 수집한다.

도메인을 개설, 폐쇄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사설서버 운영자도 있다. 이 같은 사례는 동일한 콘텐츠 가지고 이동하는 운영자들을 지속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이러한 히스토리를 추적해 증거를 확보하면 소송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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