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해원 기자
10일 서울 모 의원에서 기자가 얀센 백신을 접종받는 모습. 사진=임해원 기자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첫날인 지난 10일, 기자가 점심시간에 짬을 내 찾은 동네 의원은 이미 순서를 기다리는 수십 명의 동네 ‘아재’들과 방송사 취재진들로 북적여 마치 민방위 소집일을 방불케 했습니다. 

취재를 나온 다른 기자 분에게 여쭤봤더니 이 작은 의원에만 이날 하루 270명의 예약자가 몰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만약 얀센 접종을 예약하신 독자 분이라면 시간이 촉박할 경우 예약시간보다 조금 일찍 접종 장소에 도착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몇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예진표를 작성하고 나서 대기줄 맨 끝자락에 섰습니다. 접종 순서가 돌아오면 원장님이 예진표 내용을 다시 한 번 구두로 확인합니다. 왼쪽 팔에 주삿바늘이 들어오는 동안 별다른 통증은 없었지만, ‘따끔’ 하고 끝나는 다른 주사와 달리 약 3~4초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지난 아직도 접종 부위에 약간 얼얼한 느낌이 남아있습니다.

접종이 끝나면 혹시 모를 급성 부작용을 대비하기 위해 15분이 설정된 타이머를 들고 접종 장소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접종 후 주의사항을 안내받은 뒤 접종 장소를 나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백신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한 후기가 많이 떠돌고 있어 걱정이 됐지만, 접종 후기에 적을 내용이 너무 없는 것 아닌지 우려될 정도로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지만, 전날 잠을 설쳐서인지 백신을 접종한 탓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심리적 불안감이 몸의 작은 이상도 백신 탓으로 돌리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접종 후 약 10시간이 지나자 감기에 처음 걸린 날과 같은 약한 몸살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약간의 오한과 미열이 느껴져 미리 사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진통제를 두 알 먹고 잠을 청했습니다. 하루가 지나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은 진통제 덕분인지 열도 없고 약하게 느껴졌던 몸살 기운도 사라졌습니다. 

다만 개인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나는 시기나 강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증상이라는 후기도 많지만, 두통과 발열, 근육통 등을 호소하는 글도 많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진통제를 미리 준비해 두고 1~2주간은 몸의 상태를 예의주시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별다를 것이 없었던 얀센 백신 접종이었지만, 끝마치고 나서 느껴지는 ‘해방감’은 큽니다.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율이 높아지고, 사망률이 줄어들고,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이 매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파되고 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지속된 팬데믹에 너무 익숙해졌는지 이 시기가 정말 끝날 것이라고 ‘실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주삿바늘이 팔에 꽂히는 느낌은 그 어떤 소식보다도 직접적으로 팬데믹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해줍니다. 

팬데믹의 시간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은 수치적으로도 확인됩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1차 접종자는 1056만5404명으로 이미 국민 5명 중 1명이 접종을 받은 상태입니다. 접종을 완료한 사람도 263만6135명에 달합니다. 

중대본은 상반기까지 1300만명, 9월까지 3600만명의 1차 접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의료진과 국민들의 노력이 코로나19로 인한 고립의 시대를 좀 더 일찍 종식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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