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사회에는 사랑의 온기가 구석구석 퍼졌으면"

사진=청년밥상문간 이화여대점에 있는 이문수 신부
사진=청년밥상문간 이화여대점에 있는 이문수 신부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값지다. 상대방에게 애정을 갖고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팍팍한 세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어떤 대상을 향한 관심을 드러내는 일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런데 여기, 사회초년생인 ‘청년’을 향한 애정을 몸소 실천하는 분이 있다. 바로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다. 그는 청년밥상문간이라는 식당을 통해 3천원짜리 김치찌개를 판매하고 있다. 백반 한 상에 쉽게 만 원을 넘어가는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말 도 안 되는’가격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 식당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청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이야기가 회자된 덕에 얼마 전 유퀴즈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어떤 마음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을지 궁금해 그가 있는 청년밥상문간을 방문했다. 기자가 방문한 문간은 정릉1호점이 아닌 인터뷰 다음날인 수요일 개점을 준비하는 이화여대점 청년밥상 문간이었다. 그곳에 새로운 장사 준비를 하고 있는 이문수 신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서 구체적인 청년밥상문간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문수 신부와의 일문일답 
  

사진=아직 청년밥상문간 표식이 없는 1층 입구, 이화여대길 79번지 팻말이 1층 안 쪽에 놓여있다
사진=아직 청년밥상문간 표식이 없는 1층 입구, 이화여대길 79번지 팻말이 1층 안 쪽에 놓여있다

청년문간소개를 부탁한다

-청년문간과 청년밥상문간이 있다. 처음에 시작된 건 정릉에서 시작한 청년밥상문간이라는 식당이다. 이 일은 청년들이 밥을 굶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원래는 수도회의 허가를 받아 개인사업자로 설립한 식당이었다. 그러다 작년에 청년문간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고, 그 협동조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청년문간은 사회적협동조합이고, 매스컴에서 많이 알려진 건 청년밥상문간이라는 식당이다. 청년문간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청년밥상문간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5년 여름에 서울 한 고시원에서 한 청년이 지병과 굶주림으로 고독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뉴스를 보셨던 수녀님께서 직접 식당을 하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나에게 “신부님네 수도회에서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주셨다. 들어보니 너무 좋은 생각이었고, 마침 수도회에서도 청년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지 찾던 차여서 정식으로 회의에 올려 준비를 하게 됐다. 그게 2016년 4월이었다. 장사를 시작한 건 2017년 12월부터다.

손님들은 얼마나 오고 가는지 
- 정릉을 기준으로 코로나 전에는 하루에 90명 정도 왔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매출이 3분의 1로 토막이 났다. 올 봄에 코로나 이전 대비 70% 정도 회복이 되고, 유퀴즈 방송에 나가고 처음 한 달 동안 150%까지 늘었다가 이제는 110% 정도인 것 같다. 방송 덕분에 압도적 흑자가 났다.

고객들 중 청년이 많나?
-전체적으로 보면 일반인과 청년의 비율이 5:5 정도 된다.   

사진=영업시작 하루 전 청년밥상문간 내부
사진=영업시작 하루 전 청년밥상문간 내부

그러고 보니 인테리어가 요즘 일반적인 가게처럼 꽤 신식이다
-이 가게가 원래 파스타 가게였다. 이미 이걸로 예쁘니까 조금만 손봐서 사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청년들을 위해서 식당을 만드니까, 식당 인테리어나 이런 것도 청년스러운 분위기면 좋겠다.

 2호점을 이대 앞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이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해주신다. 이 건물이 성안나 장학재단 소유의 건물이다. 이 분들이 좋은 일을 하는 거다. 그러니까 청년들을 위한 식당이니 그 분들도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해줌으로써 청년들을 응원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 오게 됐다. 그 전에는 월세를 200만원 씩 받던 자리라는데, 우리는 (그 비용을 지불하고는) 들어오기 어려운 자리다. 감사하다.  

 재단에서 먼저 연락을 한 건가
-이사장님과는 몇 년 전부터 알던 사이였고, 유퀴즈 방송 나가기 전에 연락을 주셨다. 작년 코로나 때문에 입주해 있는 식당도 나가던 차였는데, 여기가 원래 식당 자리니 “신부님 여기 김치찌개 판매하면 어떻겠냐”하고 연락을 주셨다.  

사업을 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닐텐데, 함께 하고 계신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
-직원 분들과 봉사자 분들이 계신다. 주방 실장님,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 그리고 봉사자 분들이 한 두 분 정도 와서 도와주신다. 정릉점도 구조는 똑같다. 

봉사자들도 주로 청년인가
-처음에는 성당에 다니는 자매님들이 많았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봉사를 하실 수 있으니까. 그리고 청년들은 돈이 필요한데 와서 알바를 하고 돈을 줘야지 봉사하라고 하기 미안했다. 그러다 (유퀴즈) 방송 이후에 몇몇 청년들이 봉사를 하고 싶다고 전화를 주셔서 지금은 청년 봉사자들이 6분 정도 계신다. 

가격이 굉장히 저렴해서 식당을 운영하는 데 비용이 상당히 들 것 같은데 운영은 어떻게 되나
-일단 찌개를 판매하면서 수익이 난다. 비용 대비 판매 매출은 대체로 적자인 편이지만 식당을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후원해주시는 돈으로 충당을 하면서 운영을 한다. 쌀은 영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산 적이 없을 정도다. 라면 사리는 3년 넘게 삼양라면에서 후원을 해준다. 

그럼 이 식당을 운영하면서 생긴 수익금은 전부 다시 식당을 운영하는데 쓰이는 건가
-그렇다. 

일을 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는지 
-물론 처음에 시작할 때는 모든 게 낯설고 생소하니까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였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 1호점할 때는 혼자서 모든 걸 다 했는데 2호점은 같이 하는 직원들이 있으니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처음에 식당운영 경험이 없다는 것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더 많은 후원자다. 왜냐하면 목표는 (청년밥상문간을) 150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후원자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겠다
-한 달에 1만원씩 후원하는 후원자를 1만명 만드는 것을 생각해봤다. 그러면 한 달에 1억이고, 식당을 운영할 수가 있다. 여러 분들이 내는 후원금이 결국 대한민국 청년들을 원하는 것이라는 데 동의가 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밥상문간이) 두 개일 때보다 세 개, 세 개일 때보다 다섯 개, 다섯 개일 때보다 열 개일 때 분명히 사회에 전해지는 메시지가 더 클 거라고 생각한다. 

장사를 하시면서 후원금도 늘어났을 것 같다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니까 아무래도 늘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후원금이 쌓이면 사회적협동조합이라서 설령 이익이 나도 가져갈 수 없고, 사업에 재투자를 하게 돼 있다. 만약에 후원금이 늘어나면 어떤 형태로든 청년들을 위해 잘 활용하고 써야 한다. 그래서 여건이 되면 식당을 늘려 갈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청년이 있는지
-노숙을 하다가 찾아온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같이 일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 친구가 사정이 있어서 함께 하지는 못하게 됐다. 
 
그러면 요즘 신부님이 보시기에 가장 심각한 청년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취업이 문제다. 취업을 하면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 그런데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예를 들면 다들 연봉 5천만원 받는 그런 직장을 갖고 싶지만, 연봉 5천만원 주는 직장은 적다. 국가라고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싶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단순한 작업들은 기계가 대체하고 있고,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워보인다.

어떻게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을 할 수 있을까
-결국은 복지국가로 가야 할 것이다. 사회안전망을 국가 차원에서 높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모두가 20억, 30억 짜리 아파트를 가질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집 때문에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뒷받침 된다면 될 것 같다. 아이를 낳으면 육아를 국가에서 책임져주기도 하고.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라고 하지 않나, 좀 더 세금을 내도 될 만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러니까 (한국이) 충분히 사회 안전망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덧붙여 청년들에게 시야를 바꿔야 한다고도 말하고 싶다. 청년들이 서울에는 문화생활을 할 수 있다고 (서울 생활을 고집) 하는데 사람들이 문화생활이라는 최면에 걸려 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좀 바꾸고 지방으로 내려가면 집 구하기도 쉽고, 얼마든지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나도 수도원 들어가기 전까지는 서울 아니면 못 살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청년밥상문간을 통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지 
-청년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좀 더 이상적으로 말을 하자면 청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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