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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생아실, 수술실CCTV설치 의무화 청원 캡처

분만센터 CCTV가 고장나 신생아의 사망원인을 알 수 없게 됐다며 신생아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청원이 또 올라와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와 유사한 청원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 CCTV 설치에 찬성하는데도 현실은 답보 상태다. CCTV 설치 의무화를 강제하는 법이 시행돼야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심한 것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청원인은 2020년 8월 30일 오전 7시 병원에 방문해 4시간만인 오전 11시에 둘째아이를 자연분만으로 출산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있어 출산 다음날인 월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아이 면회를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다 9월 1일 화요일 새벽 1시 20분경, 담당의사가 입원실병동 간호사와 함께 청원인의 병실을 방문했다. 아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의사와 간호사는 청원인에게 “(월요일) 11시 15분경 마지막 분유를 먹었고, 새벽 1시경 목욕을 시키려고 보니 아가의 얼굴색이 이상했으며 의사가 청진기를 아가의 가슴에 대었을 때는 이미 심장이 뛰지 않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청원인이 신생아실로 내려갔을 때는 의사 외 직원들이 4-5명 있었고, 새벽 4시경 남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원에서 나온 인력이 병원을 다녀갔다. 

하지만 사망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는 없었다. 분만센터의 CCTV가 고장이 나 당시 정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남은 기록은 경찰조사에서 진술한 간호사의 답변과 의무기록지뿐이었다. 기록에는 “8월31일 월요일 밤 분만센터 신생아실에는 신생아 2명과 근무자 1명이 있었으며, 11시 15분 마지막 수유시 우유가 먹기 싫은지 자꾸 우유를 밀어냈다하고 트름을 시킨 후 아가를 침대에 눕혀놨다”는 내용만 적혀있었다. 

이에 청원인은 “마지막 수유 후 새벽 1시 목욕시키기 준비하며 아이의 이상 반응 발견 전까지 쉴 새없이 바빠서 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던 걸까요”라며 아이의 사망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최초로 아기의 이상징후를 발견한 것은 언제일까요. 그날 근무자의 이야기 외에는 확인 가능한 부분이 없어 유가족들은 애통하기만 하다”면서 환자, 의료진 모두를 위해 CCTV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해당 청원은 10일 1시 30분 기준 3485명의 동의를 얻었다.

수술실 등에 CCTV를 설치해달라는 청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12월 “병의원 수술실, 중환자실, 주사실 등에 CCTV를 의무화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2018년 11월과 2020년 8월에 산후조리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청원이 각각 올라왔다. 

지난 2020년 9월에 올라온 분만실, 신생아실,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청원은 20만8551명의 동의를 얻었다. 당시 답변에 나선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수술실 CCTV 설치 청원은 이전에도 몇 차례 청원 답변 요건을 넘겼던 만큼 국민 요구가 높은 사안이다. 다만 환자와 의료기관 종사자의 사생활 침해, 의료인의 방어적 진료 가능성 등도 제기돼 숙고의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는 수술실 내 CCTV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2건, 요양병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1건 발의돼 있다. 분만실과 신생아실 관련 논의도 수술실 CCTV 입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함께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매우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청원인이 듣기에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관련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CCTV 설치를 의무화할 수 없다고 답변하는 것이 차라리 명료하다. 이 경우 행정부의 할 일은 의료계를 설득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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