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린 지난해 6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정의연대 회원들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린 지난해 6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정의연대 회원들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팝펀딩 사모펀드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제재 절차가 시작되면서 징계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한투증권의 피해구제 노력을 이유로 징계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한투증권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팝펀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혐의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제재심이 3차 회의까지 이어졌던 기존 사례를 고려하면, 이달 말 내지 다음 달 초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팝펀딩은 P2P(금융기관을 통하지 않는 개인 간 직접 거래)대출 플랫폼으로 온라인 쇼핑 등에 납품하는 중소상공인의 판매물품을 담보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대출하는 동산담보 대출상품을 판매했다. 유동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이자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한때 은성수 금융위원장으로부터 ‘혁신금융’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한투증권은 자산운용사(자비스·헤이스팅스)와 함께 팝펀딩의 동산담보 대출상품을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로 만들어 판매했다. 자산운용사가 팝펀딩 사모펀드를 한투증권을 통해 투자자에게 판매하고, 이를 통해 모인 펀드 대금은 팝펀딩을 통해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게 대출된다. 이후 담보로 잡힌 상품이 판매되면 원리금과 이자가 상환되고 투자자가 수익을 얻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펀드 자금의 중개 과정을 팝펀딩이 전담하면서 부실 문제가 발생해도 투자자를 속이기 쉬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실제 팝펀딩은 대출 부실이 발생하자 담보물 수량을 조작하거나 가짜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등의 돌려막기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고, 결국 지난해 7월 경영진 3명이 구속되고 업체 또한 폐업했다. 

문제는 부실 대출상품을 사모펀드로 판매하면서 피해가 확산됐다는 점이다.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는 원래 지난해 1월 만기상환될 예정이었으나, 대출 부실이 발생하면서 전체 설정액(1668억원) 중 63.5%에 해당하는 1059억원의 환매가 중단됐다. 

이 중 한투증권의 팝펀딩 펀드 판매액은 396억원으로 이중 96%(379억원)가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됐다. 금감원과 피해자들은 한투증권이 팝펀딩 펀드의 부실 사실을 알면서도 안전 자산이라고 속여 판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한투증권이 지난 2018년 9월 작성한 실사보고서에는 “재고자산의 처리를 통한 원리금 회수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명시돼있다. 

만약 금감원이 한투증권에 대해 불완전판매 혐의를 인정할 경우,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을 판매한 다른 증권사·은행과 마찬가지로 CEO 징계 및 기관경고 등의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관경고가 확정될 경우, 한투증권은 향후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다만 한투증권이 두 차례 보상에 나서며 피해구제 노력을 보인 점은 제재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한투증권은 지난해 자비스 5·6호 투자자에게 투자손실액의 24%를 보상한데 이어, 올해 2월 모든 팝펀딩 펀드 투자자에게 예상 손실액의 30%를 일괄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라임 펀드 판매사들이 선보상안 실행 및 분쟁조정위원회 권고 수용 등을 통해 징계를 경감받는 점을 고려하면, 한투증권의 보상 사례가 금감원 판단에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금감원이 한투증권의 피해구제 노력과 관계 없이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한투증권은) 사모펀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반고객에게 투자자성향 조작, 손실발생위험에 대한 설명을 누락하고 정부지정 대리인선정 혁심금융서비스라고 선전하면서 거짓 사기 판매했다”며 “정부와 사법당국에 엄정한 수사촉구 진상조사 후 배상촉구를 요구하고 있으나. 한투증권은 ‘책임 없다. 검찰조사 중이다’라면서 고령의 피해자들의 정신적 금전적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이어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피해자들에게 손실액 일부(약30%) 지급을 이유로 경징계 하려는 꼼수를 부리지말고, 엄정하게 중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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