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림]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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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그림] 달빛
  • 김용국(시인)
  • 승인 2021.06.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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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영진, 정원대보름.
사진 고영진, 정월대보름.

 

향내 나는 달빛이 등을 밀어서
달빛 속의 길을 걸어가면,

천지야 달빛 누룩으로 빚은 술인데
이런 날은 뼛속까지 깊게 취해서
달그림자와 손을 잡고 춤을 추리니.

춤을 추다 세상이
둥그러지면
달그림자 요처럼 깔아
달빛 껴안고 야사夜事도 하리.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다/월하독작月下獨酌’는 이태백(당나라의 시인. 701~762)의 시입니다.

‘꽃밭 가운데 술 한 항아리 / 함께한 이 없어 혼자 마신다 / 잔 들어 달을 불러오고 / 그림자 더불어 삼인이 되었구나 / 달도 원래 술 마실 줄 몰랐고 / 그림자 또한 그저 내 몸 따라 움직일 뿐 / 그런대로 잠시 달과 그림자 데리고 / 이 봄 가기 전에 즐겨나 보세 /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이고 / 내가 춤추면 그림자 소리 없이 나를 따른다 / 깨어있을 때는 함께 즐기지만 / 취하고 나면 제각기 흩어지겠지 / 아무렴 우리끼리의 우정 영원히 맺어 / 다음번엔 은하수 저쪽에서 다시 만나세’

‘달빛’을 쓰고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을 만났는데, 잠시 기쁘고, 길게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기뻤던 것은 나의 시상이 이태백의 시상과 내가 비슷했다는 것, 슬펐던 것은 아무리 해도 이태백의 경지에는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하기사 감히 태백과 나를 비교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지요.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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