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상담센터에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상담센터에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처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를 컨트롤타워로 정하고 불투명한 암호화폐 시장의 관리·감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입법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통화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빈 자리였던 가상자산 관련 주무부처를 금융위로 정하고, 거래투명성 제고를 위한 가상자산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개선을 주관하도록 했다.

블록체인 기술발전 및 산업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며, 금융위·과기정통부와 함께 기획재정부·국무조정실도 참여하는 지원반을 운영해 부처간 쟁점이 발생하면 조율할 방침이다. 

또한 지난 3월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유예기한인 9월 24일 전까지 검경과 관련 현황을 공유하며 수사를 지원하고, 폐업가능성이 있는 거래소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신고 신청 및 수리 관련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9월 24일 이후에도 특금법에 규정된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 및 횡령·해킹 방지 의무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하고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를 자체 플랫폼을 통해 매매·중개하거나 ▲거래소 임직원이 소속된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암호화폐 시장에 특정된 입법 관련 계획은 빠져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특금법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잠재적 위험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특금법에 따르면 거래소는 9월 25일까지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계좌 등을 받아 금융위에 신고해야 한다”며 “신고된 거래소에 고객이 돈을 넣으면 그 돈을 빼갈 수 없게 분리가 된다. 틀 안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투자 자금이 보호되는 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거래소가 특금법이 규정한 신고요건을 충족하면 투자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시행된 특금법 개정안은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를 도입하고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고객 예탁금 분리 보관 등 거래소 운영 조건을 명시했다. 하지만 자금세탁방지에 초점을 맞춘 만큼 시세조종이나 투자자에 대한 배상 책임 등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특금법이 아닌 암호화폐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업권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권법을 통해 가상자산의 정의 및 사업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사업자의 의무 및 금지행위, 처벌 등도 규정해야 시장의 불투명성이 사라지고 투자자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국회에서는 이미 가상자산 업권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총 6건으로 그 중 절반인 3건이 업권법에 해당한다.

세 법안은 각각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용우·김병욱·양경숙 의원이 발의했는데, 모두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세 법안 모두 가상자산 사업자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고, 해킹사고·출금지연·전산장애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도 규정했다. 

업권법은 아니지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또한 시세조종 방지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아직 업권법 추진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8일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며 “자기책임 하에 거래여부 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 담긴 내용들 중 불공정행위 관련 대책 등도 별도 입법이 아닌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거래참여자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거래참여자의 피해예방을 위한 제도보완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가상자산 관련 국회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정부가 특금법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 위험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계속 고수할지, 아니면 기존 입장을 바꿔 업권법 추진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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