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철회하고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칼 아이칸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철회하고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칼 아이칸 페이스북 갈무리

암호화폐의 미래에 회의적이었던 금융계 큰손들이 입장을 바꿔 투자 의향을 밝히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지난 27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공부하며 투자 기회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암호화폐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며 엄청난 재산을 모은 아이칸은 금융계의 대표적인 암호화폐 회의론자였다. 실제 아이칸은 지난 2018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들 모두 말이 안 된다... 대체 어떻게 암호화폐를 규제할 수 있나”라며 “내가 너무 늙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암호화폐에 손도 대지 않을 것”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하지만 아이칸은 이날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에 아무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비뚤어진 생각”이라며 암호화폐에 대해 과거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달러의 가치도 오직 그것을 통해 세금을 낼 수 있다는 것에 있다”며 “나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을 살펴보고 있으며, 어떻게 진입할 수 있을지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회의론자 중 입장을 바꾼 것은 아이칸뿐만이 아니다. 24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주인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비트코인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날 코인데스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달리오는 양적 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으며, 현금은 ‘쓰레기’와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채권보다는 비트코인을 더 보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발 규제 소식 등의 악재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 금융계 큰손들의 전향 소식은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암호화폐 시장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히는 등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큰손들의 전향을 호재로 판단해 투자결정에 참고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적인 큰손들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 협의회에서 “나는 비트코인을 지지하지 않으며, 관심도 없다”며 “우리 고객들은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지만, 내가 그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이먼은 “블록체인은 ‘진짜’이며, 실제 사용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통화는 한 국가의 세무당국과 법치, 중앙은행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장을 바꾼 암호화폐 회의론자들도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거둔 것은 아니다. 달리오는 “비트코인에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사람들이 채권보다 비트코인을 더 선호하게 되면, 기존 신용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정부가 향후 비트코인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통화체계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하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압박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달리오가 “비트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그것의 성공”이라고 말한 것 또한, 정부의 개입으로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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