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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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직원들이 카드값을 갚기 위해 전산을 조작했다가 적발됐지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정례회의에서 은행법을 위반한 농협은행 직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농협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을 의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농협은행 직원 7명은 본인·가족 명의 신용카드 결제일에 대금이 상환된 것처럼 전산을 조작했으며, 전산조작으로 카드대출(현금서비스) 한도가 복원되면 다시 현금서비스를 받아 허위로 상환한 금액을 정리했다. 이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총 106건, 3억7천만원을 입금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직원 2명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10월까지 외환거래 차익을 얻기 위해 총 6건, 약 1600만원을 입금 처리했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은 실제 자금을 수취하지 않았음에도 입금처리하는 등 은행이용자에게 부당하게 편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금융위 징계는 은행법 위반으로 적발된 9명 중 6명에게 180만~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쳤다. 회의록에 따르면, 금융위는 해당 비위행위의 위반결과가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위한 기본적 의무 위반’에 해당해 ‘중대’로 볼 수 있지만 ▲언론에 보도돼 농협은행의 공신력이 실추되거나 실제 피해가 없어 ‘경미’로도 볼 수 있다며 그 중간인 ‘보통’으로 판단했다. 

회의 중 한 위원이 “위반행위의 결과가 ‘중대’한 동시에 ‘경미’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라며 “금융당국이 명확한 기준 없이 과태료 부과처분을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으나 징계 수위는 원안대로 통과됐다. 

농협은행 또한 금융위의 종합검사 이전 자체 감사를 통해 비위행위를 적발했으나 일부 직원은 여전히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20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당시 9명 중 2명을 징계 해직했으며, 3명은 정직, 4명은 감봉 처분했다"며 견책 및 정직 등 경징계에 그쳤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당 직원 중 1명이 비위 사실에도 불구하고 차장에서 팀장으로 승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실제로 직급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업무분장 과정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 '팀장'이라는 직책으로 부르게 된 것 뿐"이라며 실제 승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은행 자체 징계조차 ‘솜방망이’ 수준인 상황에서 내부통제 역량 및 공신력 강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은행에서 직원들이 고객의 돈을 빼돌리거나 사적으로 운용하는 등의 금융사고는 총 185건 발생했으며, 피해금액은 479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은행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처리되는 비율은 평균 3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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