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3사 배당성향 추이(별도 기준). 자료=NH투자증권
메리츠금융 3사 배당성향 추이(별도 기준). 자료=NH투자증권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배당은 줄이고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메리츠금융그룹의 주주환원 정책에 투자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조차 이례적으로 매도 의견을 낼 정도로 이번 주주환원 정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등 3개사는 지난 14일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공시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의 배당을 유지하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시행하겠다는 내용이다. 

‘배당주’로 인기를 모았던 메리츠금융그룹이 배당성향 축소를 선언하면서 17일 3개사 주가는 큰 폭으로 폭락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날 전일 대비 15.6% 하락한 1만655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도 각각 13.8%(4205원), 16.8%(1만7600원)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주주환원 정책이 오히려 주가 폭락을 불러왔지만 메리츠금융의 설명은 모호하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현금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공시 이유를 설명했다. 배당소득세(15.4%) 부담이 있는 현금배당을 늘리기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가 자체를 올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배당성향 축소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실제 3개사의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은 메리츠화재 35%, 메리츠증권 38%, 메리츠금융지주 66%였으며, 지난해로 한정하면 35%, 53%, 89%로 더욱 높다. 공시대로라면 배당성향이 최대 9분의 1까지 줄어드는 셈이다. 

높은 배당성향으로 관심을 모은 메리츠금융이 극단적인 배당성향 축소를 결정한 만큼, 투자자심리가 약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은 배당성향 축소와 관련해서는 “별도로 설명할 내용이 없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주주가치 제고방안으로 제시된 자사주 매입소각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 및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주가) 저평가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그동안의 높은 배당성향을 상회할 정도가 아니라면 주주가치 제고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은 배당성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감소폭을 제시하면서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밑그림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메리츠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에 증권가마저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KB증권은 17일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투자의견을 ‘매도’로 전환했다. 국내 증권사에서 종목 리포트에 매도 의견을 내는 경우는 1% 내외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이) 배당성향 하락은 명확하게 제시했지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의 규모 및 시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주주환원율 하락 우려 및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통상적으로 배당 축소를 동반한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주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주주환원 정책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메리츠 3사의 핵심 투자포인트가 배당이었다는 측면에서 당분간주가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수적 접근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현금배당보다 오너 지분율 확대에 유리한 자사주 매입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은 원활한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현재 메리츠금융지주 최대주주는 지난 3월말 기준 조정호 회장(72.17%)이며, 장녀인 조효재씨가 0.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각각 56.09%, 47.07% 가지고 있다. 

한편, 18일 오후 1시 현재 메리츠금융지주는 전일 대비 2.11% 오른 1만6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메리츠증권 또한 3.57% 오른 4355원으로 어제의 충격을 소폭 회복한 상태다. 메리츠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이 급격한 배당 축소에도 불구하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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