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뒤늦게 받은 모양새다. 지난해 하반기 기대작을 출시한 업체는 지난 1분기 실적도 개선됐지만, 신작 출시가 지연된 곳은 대체로 하락세에 빠졌다.

◇넥슨·넷마블 지난해 하반기 신작, 지난 1분기에도 성과

지난해 7월 출시된 모바일 RPG 바람의나라: 연. / 사진=넥슨

게임사는 제작팀 내 코딩·아트·사운드 등 여러 조직 간 유기적인 협업이 중시되는 구조다. 대형사에서는 프로젝트당 수백 명이 제작에 투입된다. 해외 AAA 타이틀 제작사는 1개 게임 스태프 롤에 3000명이 넘는 이름을 올리기도 할 정도다.

이 같은 제작환경은 코로나19 사태로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게임업계는 타 산업에 비해 원격근무 도입에 적극적이었지만, 이로 인한 차기작 출시 일정 차질은 불가피했다.

넥슨과 넷마블 등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기대작이 지난 1분기까지 성과를 내면서 위기를 넘겼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 1분기 매출은 5704억 원, 영업이익은 542억 원으로 전년비 각각 7.0%, 165.7%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모바일 RPG ‘세븐나이츠2’가 1분기에도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와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의 인기도 여전했다.

넥슨도 지난해 7월 론칭한 모바일 RPG ‘바람의나라: 연’ 매출의 하향안정화 효과를 톡톡히 봤다. 1분기 넥슨 매출과 영업이익은 7%, 4% 상승했다. 모바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PC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도 장기흥행을 이어갔다.

중견사 웹젠·그라비티·위메이드도 성장폭이 상당했다. 웹젠과 그라비티는 1분기 영업이익 373억 원, 28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290.6%, 169.9% 증가한 수치다. 양사는 각각 지난해 하반기 ‘R2M’과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선보였다.

위메이드 영업이익은 전년비 무려 755% 늘어난 275억 원이었다. 모바일 RPG ‘미르4’가 지난해 11월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도 앱마켓 게임부문 매출 순위 20위 안팎을 유지한 것이 주요했다.

카카오게임즈는 1분기 영업이익 156억 원을 기록, 전년비 23% 성장했다. PC MMORPG ‘엘리온(제작사 크래프톤)’과 모바일 RPG ‘가디언테일즈’가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신작 기약 없던 게임사, 줄줄이 역성장

연내 출시 예정인 블레이드앤소울2. / 사진=엔씨소프트

반면 지난해 신작 출시 일정을 올해로 연기해, 기존 게임에 의존해야만 했던 게임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엔씨소프트는 1분기 매출 5125억 원, 영업이익 567억 원으로 전년비 각각 30%, 77% 줄었다. 기대작인 ‘트릭스터M’ ‘블레이드앤소울2’ 론칭이 미뤄져 실적 반등 요인이 없었던 탓이다.

컴투스도 마찬가지다.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 출시 연기로 최근까지도 모멘텀이 부재했다. 그 결과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비 25.3% 감소한 177억 원으로 나타났다.

펄어비스의 경우 1분기 실적 하락이 지난해 내내 예견됐다. 당초 ‘붉은사막’ ‘도깨비’ 등 신작 출시 계획을 올해 연말과 2022년으로 예고했기 때문이다. 펄어비스 1분기 영업이익은 131억 원으로 전년비 71.7% 감소했다.

게임업계 실적 둔화에는 올해 초 불었던 ‘연봉 인상’ 바람 영향도 다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업체 간 성적표, 2분기 이후 뒤바뀔 변화 가능성

지난달 29일 출시된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 / 사진=컴투스

신작 출시 연기는 인건비 등 게임 제작비 증가로 이어진다. 게임사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손실이지만, 론칭 후 만회할 여지는 있다.

엔씨와 펄어비스는 시장 기대감이 높은 게임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엔씨는 오는 20일 ‘트릭스터M’를 오픈하고, 이어서 ‘블레이드앤소울2’도 내놓는다.

트릭스터M은 엔씨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가 개발한 모바일 RPG다. 과거 PC게임 시장에서 흥행했던 ‘트릭스터’ IP를 활용한 게임이다. 블레이드앤소울2 역시 연령대·남녀 구분없이 관심을 모았던 PC게임 원작의 분위기를 계승한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연말 열린 북미 최대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제작 현황을 소개한 ‘붉은사막’을 연내 출시할 방침이다. 붉은사막은 국내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인 PC·콘솔 멀티 플랫폼 AAA 타이틀로 제작되고 있다.

컴투스는 지난달 29일 자사 대표 IP를 활용한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을 론칭, 2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컴투스에 따르면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은 현재 일평균 매출 10억 원을 올리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게임사가 코로나19 사태로 번진 언택트 문화의 수혜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신작 출시 일정을 연기하지 않고 예정대로 잘 준비하는 업체가 손실을 줄일 뿐, 언택트 효과는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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