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3161.66)보다 39.55포인트(1.25%) 내린 3122.11에 장을 마감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3161.66)보다 39.55포인트(1.25%) 내린 3122.11에 장을 마감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이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이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조기 긴축 우려로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시장 반응이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앞서 미국 노동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3.6%)를 크게 웃돈 수치로, 지난 2008년 9월 이후 13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이날 뉴욕주식거래소(NYSE)에서 3대 지수(다우존스, S&P500, 나스닥)은 각각 1.99%, 2.14%, 2.67%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 또한 미국발 인플레 우려가 확산되면 13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25%, 1.59%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금리 인상 우려 때문이다. 만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 회수에 나선다면, 양적 완화로 덩치를 키워온 증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래 가치로 평가받는 성장주의 경우 금리인상 우려로 인한 낙폭이 더욱 크다. 

증시가 요동치자 연준도 진화에 나섰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4월 CPI에 때해 “내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며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최근의 가격 상승 압력은 팬데믹 기간 발생한 공급과 수용의 불균형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우리 생각과 달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장기 목표인 2% 수준까지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 위해 망설임 없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월 CPI 지표를 두고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라고 주장한 연준의 의견에 대해 전문가들 또한 동의하는 추세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 서프라이즈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나치게 낮았던 전년 국제유가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항공료(+10.2%), 호텔(+8.8%), 중고차(+10%) 등과 운송 부문의 이용 상승에 따른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경제 정상화는 완료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이며, 공급 측 물가 상승 요인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수요 개선까지 뒷받침하는 인플레이션은 명목 단위로 거래되는 주식시장에도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 또한 연준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많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시건대학이 조사·발표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내년 3.4%까지 올랐다가 이후 5~10년간 2.7% 수준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실제 인플레이션의 연관성이 높은 지표인 만큼, 연준 또한 올해 기대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더라도 향후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 믿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밖에도 ▲고용지표가 물가상승을 이끌기에는 아직 덜 개선됐다는 점 ▲원자재 가격 변동만으로 장기 물가 추세를 예단할 수 없다는 점 ▲고령화·기술발전·세계화 등 지난 30년간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춰온 요인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 ▲기업들의 5~10년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 때문에 물가상승이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문제는 투자자들로서는 연준의 예상과 달리 물가 상승 압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완전히 지워버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시장 전략가는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면 대체 얼마나 일시적이냐가 문제”라며 “주식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더 오랜 기간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시장의 위축이 좀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지 여부에 대해서 향후 데이터를 통한 확인이 필요한 만큼 경계감을 빠르게 해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가 인프라 투자 계획안 통과를 얼마만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식시장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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