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아래)와 빗썸(위)이 11일 발생한 거래지연 사태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업비트, 빗썸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아래)와 빗썸(위)이 11일 발생한 전산장애로 긴급 점검을 실시했다. 사진=업비트, 빗썸 홈페이지 갈무리

‘코인’ 열풍이 계속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반복되는 전산장애 예방 노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국내 최대 규모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서는 연달아 거래지연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에서는 이날 오전 5시경 7200만원대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 시세가 7800만원선까지 급등한 뒤 시세 그래프가 사라졌다가 1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7100만원대로 되돌아오는 사태가 일어났다. 또한 업비트에서도 이날 오전 10시경 거래소 화면의 시세 표기가 멈춰서면서 일부 거래가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두 거래소가 이번 사태로 입은 피해나 제재는 전혀 없다. 단지 간단한 공지사항을 올리고 짧은 사과를 남겼을 뿐이다. 빗썸은 이날 오전 5시 51분 “빗썸 사이트 내 메인화면 시세, 변동률, 차트 표기 오류 현상이 발생하여 현재 긴급 조치 중”이라며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드리는 점 양해 부탁 드린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업비트 또한 “시세 표기 중단 문제가 확인되어 긴급 서버 점검을 진행한다. ...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공지를 올렸다. 

짧은 사과만으로 이해하기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전산장애는 너무 빈번하다. 실제 빗썸의 경우 이달 들어 세 차례나 거래지연 문제로 인한 긴급 점검 공지를 올렸다. 업비트도 시세멈춤, 접속지연 등의 현상으로 2월부터 매달 한 차례 이상씩 긴급 점검 공지를 냈다.

투자자들은 거래소가 코인 광풍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면서도 전산장애 예방 노력은 등한시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빗썸코리아의 지난해 순이익은 1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873.5% 급증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또한 지난해 전년 대비 308.9% 증가한 47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암호화폐 투자가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났음을 고려하면 실적은 더욱 성장하겠지만, 전산장애로 인한 투자자 불편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해도 이를 제재하거나 피해보상을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증권사나 은행 등 금융권이 전산장애 문제로 징계를 받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전산장애로 모바일뱅킹 거래지연, 타행 송금 불통 등의 문제가 발생해 금융위원회로부터 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다. 지난 2015년 하나금융투자도 6시간 가량 HTS가 먹통이 되는 사고가 발생해 기관주의 및 과태료 1억원을 부과받았다. 

반면 아직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빈번한 전산장애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전산장애로 금전적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전에 나서고 있지만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내 거래소 약관에는 대부분 거래소의 고의나 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배상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는데, 피해자들이 거래소의 고의 및 과실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7년 발생한 빗썸 전산장애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지난해 7월 “회사 측이 전산 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정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이한상 고려대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이한상 고려대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이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소의 과실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11일 페이스북에 “만약 한국거래소(KRX)에서 이런 사고를 내거나 증권사 HTS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고 치자. 아마 수십명 옷을 벗어야 할 것이고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나설 것”이라며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시스템에 잠시 장애가 있었지만 거래가 재개되었다고 퉁치고 지나가면 만사 오케이인가”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이어 “보상이나 후속조치를 논의하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동네 건달들도 아니고”라며 “하루에 거래대금 기반 수십억씩 버는 기업이 이런 식으로 배 째라고 나오는데 당황스럽다”고 거래소의 무책임한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들의 느슨함이 향후 가상자산(가상화폐) 사업자 신고 절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 후 인가를 받은 거래소만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 

문제는 신고 조건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개설’이 포함됐다는 것. 이는 시중은행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조건으로 현재 이를 충족한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등 4곳 뿐이다.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연달아 징계를 받아 조심스러운 은행권이 제재 리스크를 무시한 채 전산장애가 빈번한 거래소와 협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신고 기한인 오는 9월 24일까지 남아있는 넉 달의 시간 동안 거래소들이 명확한 개선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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