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무차별 칼부림을 한 김모씨(30)는 직장동료의 모욕적인 언사로 회사를 그만둔 뒤 생활고에 시달리자 전 직장 동료들에게 앙심을 품고 한 두 달 전부터 살해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같이 근무했던 H신용평가사 직원 6명을 죽이기로 마음먹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을 준비하면서 흉기로 사용할 과도 5개를 구입했고, 전 직장 동료들을 살해하겠다는 마음이 생길 때마다 과도를 석돌에 갈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2009년 10월 H신용평가사에 입사한 뒤 부팀장으로 일하다 실적이 떨어지면서 "앞가림도 못한다", "부팀장인데 월급만 많이 받아간다" 등 동료들의 험담에 부담을 느껴 결국 지난해 10월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주로 미납된 휴대전화 요금을 관리하고 회수하는 일을 했다.

 그는 이후 다른 직장에 취업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또 다시 퇴사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4000만원의 카드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되자 앙심을 품고 자신을 험담한 전 직장 동료 6명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조사과정에서 "이들을 살해한 뒤 H사 옥상에 올라가 자살하려고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김씨의 부모는 경기도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가족들과 4년째 연락을 끊고 지냈다.

 한편 김씨는 22일 오후 7시16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호텔 부근 노상에서 전 직장 동료인 김모(31)·조모씨(31·여) 등 2명을 미리 준비해간 과도로 수차례 찌르고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두 사람을 찌르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행인 안모씨(31·여)와 김모씨(31)에게도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두 사람 역시 크게 다쳤다.

 부상을 당한 4명 모두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범행한 장소는 그가 2009년부터 1년쯤 다녔던 H사 부근이었다. 김씨는 이날 회사 동료 6명을 흉기로 찌르기 위해 H사 부근에 퇴근시간에 맞춰 왔다.

 김씨는 퇴근하던 피해자 김씨와 조씨가 나오자마자 미리 가지고 갔던 15cm의 길이의 과도를 꺼내 두 사람 가운데 먼저 김씨에게 달려들어 복부를 향해 휘둘렀다.

 칼에 맞은 김씨가 배를 움켜쥐고 쓰러지자 이번엔 옆에 있던 조씨의 얼굴과 목을 향해서 휘둘렀다.

 퇴근시간이라 사람이 붐볐던 사건 현장에선 행인 2~3명이 피의자 김씨를 제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함을 지르며 김씨의 뒤를 쫓았고 당황한 김씨는 도주하다 갑자기 조씨를 찌른 곳으로 다시 왔다.

 그는 쓰러져 있던 조씨에게 다가가 흉기로 다시 한 차례 찔렀다. 김씨는 경찰에서 조씨가 H사에 입사했을 때 3개월간 교육도 하고 그랬는데 자신을 험담하자 더 감정이 안 좋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현장에 있던 합기도 유단자 이모씨(51)가 조씨를 찌르던 김씨의 가슴을 발로 차면서 김씨는 나자빠졌다.

 이렇듯 행인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제지하려고 하자 김씨는 이성을 잃은 듯 도주했다. 그 과정에서 행인 김씨의 복부를 한 차례 찌르고, 바로 옆에 있던 여성 안씨의 어깨도 두 차례 찔렀다.

 김씨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데 대해 "내가 도주할 때 마치 나를 잡으려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위압을 느꼈다"고 말했다.

 추격하던 시민에게 몰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김씨는 시민 10여명과 5분가량 대치하던 사이 출동한 경찰과 또 다시 10분가량 대치하다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맞고 붙잡혔다.

 김씨가 전 직장동료 김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20여분 만에야 끔찍한 퇴근길 무차별 칼부림이 끝난 것이다.

 경찰은 김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하고 범행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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